힘든 병역의무를 피하고 각종 의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들의 공통된 현상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정치인과 연예인을 비롯하여 병역기피 비리에 연루된 사건과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신문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인들은 수시로 전쟁에 동원되는 관계로 어떻게 하든 병역을 피하고 공공 의무를 다하지 않으려고 하였던 것 같다.
의학에서 면역을 가리키는 immunity는 공공 복무, 국민의 의무, 공물(貢物)을 뜻하는 라틴어 munis에 부정(否定)의 뜻인 im-이 붙은 immunitas에서 나온 것으로 세금, 공공의무, 특히 병역을 면제받는 것을 뜻하였다. 즉 이는 전쟁터에서 죽을 위험이 없는 안전함을 얻게 된다는 것을 뜻하였다.
19세기 Koch와 Pasteur등에 의해 독소(毒素)와 감염에 대한 지식이 발달함에 따라 immunity는 질병이나 감염에 저항성을 가져 생체가 병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면역에서 기본 요소는 항원(抗原)과 항체(抗體)이며 이중 항체라는 용어가 항원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항체를 가리키는 antibody는 독일어의 Antik먓rper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는 얼핏 보면 생체(body)에 반대한다는 항-체(anti-body)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antibody는 세균,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었을 때 이에 대항(anti)하는 물질(substances, bodies)(immunoglobulin)의 집합을 말한다.
항원(antigen)은 항체의 개념으로부터 만든 용어이다. 이는 anti(-에 반대하는)와 gennan(생성하다)이 합쳐진 용어로 '생성을 반대하는 물질,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물질'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anti, 즉 항체(antibody)를 생성하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면역은 어떤 병에 걸린 다음에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예방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 병원체 같은 것을 투여하여 그 병에 가볍게 걸리도록 하여 면역이 생기게 할 수도 있으며 이를 접종(接種, inoculation)이라고 한다.
그런데 inoculation은 라틴어 inoculare(접목(接木)하다, 뿌리박게 하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눈(oculus; eye)을 안으로(in-) 넣는 것을 말한다. 접종이라는 것과 눈(eye), 그리고 접목이라는 것을 연관 짓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접목이라는 방법은 식물에서 돋아나는 싹을 눈과 비슷하게 생각하여 이를 다른 식물에 칼집을 내어 그 곳에 싹 또는 씨앗[種]을 심는 것으로 '눈을 집어넣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에서 연유하여 다른 사람에게 옮겨 면역성을 가지게 하는데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영국의 Jenner는 백신 주사법, 즉 접종법을 발견하여 1798년 보고하였으며 Pasteur는 이 용어를 배지(培地)에 감염물질을 옮겨 넣는 것에도 사용하였다. <연세의대 약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