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를 '의료인' 범주에서 즉각 제외하라"

"한의사를 '의료인' 범주에서 즉각 제외하라"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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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일원화 정책 추진 중단' 전격 선언
"국민 생명·생명 위해...한의사제도 폐지해야"

현대의료기기의 자유로운 활용의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한의계에 대해 의협이 '한의사를 의료인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최근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총회에서 채택된 '2013 한의사 선언문'의 내용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의협은 선언문을 통해 '한의약 단독법'의 제정과 독립한의약청 신설, 현대의료기기의 자유로운 활용 보장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전통의학의 면허자가 현대의료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인체를 실험대상으로 여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의료인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양심적 주장이며 고도의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할 의료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의협은 한의계의 주장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황당무계한 주장을 더 이상 인내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단일 의사 면허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두 나라만 예외적으로 각각 한의사와 중의라는 명칭으로 이원화된 의사면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원화된 의사면허 체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약제는 성분의 약리학적 특성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수많은 곳의 한의원에서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 주사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에서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은 "현행법상 한의사들이 의료인으로 분류돼 있어 의사와 같이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으나, 과거 전통의학으로는 진단조차 불가능한 수천, 수만가지 질환을 갖고 있는 현대인을 전통의학자들이 진료하는 것은 수많은 국민의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면허제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에 따르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 반면 한의사들은 그렇지 않다. 즉 한의사들은 다른 나라에선 의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의사들에게 온전한 의사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한의사들에게 한'의사'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일원화' 추진 노력 중단 선언

의협은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다"라며 "전세계에서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한의사들에게 의사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까지 의협의 주요 정책 아젠다였던 '의료일원화'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협은 "이원화된 의사면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한의사협회를 존중하며 인내를 갖고 노력해왔으나, 현대의료기기의 활용을 보장하라는 비양심적인 요구에 더 이상의 참을 수 없다"며 "의사면허 일원화를 위한 노력을 중단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식수준과 의학의 발달로 인해 한의사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상실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 의사에게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의무가 주어져 있지만 잘못된 진료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의무 역시 짊어져야 한다"며 " 한의사를 즉각 의료인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한의사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에 따르면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전통의학을 행하는 사람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의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전통의학을 의학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한의사제도가 존속되게 된 것은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우리나라 국민에게 당시 발전된 서구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전통의학을 하던 사람들에게 의생(醫生)이라는 신분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케 했다.

해방 직후 혼란기에 연이어 닥친 한국전쟁 중에 열린 국회에서 의생들에게 한의사라는 명칭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의료법이 의결돼 이원화된 의사면허제도가 고착화된 것이다. 중국에 뿌리를 둔 한의학(漢醫學)은 1986년 한의학(韓醫學)으로 한자표기가 바뀌어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으로 둔갑하게 됐다.

의협은 지금까지 의사면허의 일원화와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의학을 보완의학의 한 분야로 새롭게 정립할 것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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