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획 글로벌 시장서 생존하려면 정부 지원 절실

학술기획 글로벌 시장서 생존하려면 정부 지원 절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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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백신의 진화, 인류에게 희망인가?
국·내외 백신산업 전망 (끝)

제약업계의 지속적인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백신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백신 시장 규모는 2012년 352억 달러(약 40조원)인데, 최근 6년간 연평균 11.5%씩 성장하고 있고, 2017년도에는 567억달러(약 6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의약품 매출 가운데 백신시장 매출액 규모는 2011년 7위에서 2018년 4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규모의 확대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의 백신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고, 폐렴구균 백신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과 개량백신(혼합백신 등)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 시장 꾸준한 성장속 국내 제약사들 도전장

전 세계적으로 백신시장의 전망이 밝은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백신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조금씩 성과를 내놓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은 녹십자를 비롯해, SK캐미칼·LG생명과학·보령바이오파마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양약품·종근당도 백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백신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7087억원으로 2006년 4230억원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녹십자 해외시장 진출 물꼬…후발주자들에 도움

먼저 보령제약은 최근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한 일본뇌염백신(보령세포배양일본뇌염백신주)을 출시했다. 일본뇌염백신은 국내에서 임상3상 시험을 실시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했으며, 안정적인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

일양약품도 자체개발 독감백신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앞두고 있다. 독감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자국민 우선 보호를 위한 국가 시책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보령제약과 일양약품이 백신개발을 성공하면서 '백신주권' 확립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녹십자는 자체 개발한 계절독감백신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의 산하기관인 범미보건기구(PAHO)의 2013~2014년도 북반구 계절독감백신 입찰에서 약 1250만 달러 규모의 계절독감백신을 수출키로 하는데 성공한 것.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범미보건기구의 남반구 계절독감백신 입찰에서도 1200만 달러 규모의 백신을 수주한 바 있어 연중 지속적인 백신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캐미칼·LG생명과학, 조용하지만 강하다

LG생명과학과 SK케미칼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백신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진출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먼저 LG생명과학은 올해 초 백신 등 3대 핵심사업에 주력하고, 201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LG생명과학은 우리나라 최대의 백신수출 기업이라는 것을 인정받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뇌수막염 백신(유히브)과 5가 혼합백신(유포박-히브)을 해외에 수출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이밖에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며, 세계시장 선점도 노리고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경북바이오산단에 제2백신공장을 설립키로 했는데, 투자 규모가 1000억원에 이른다. SK캐미칼은 현재 B형간염, 수두, 소아마비,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Td(파상풍&디프테리아) 등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은 물론 뇌수막염·독감백신까지 개발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다국적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궁경부암·폐렴·로타바이러스 백신도 국내에 도입하는 등 백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 백신개발 증가…연구 투자 여전히 부족

그러나 여러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에 뛰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 투자는 부족하다. 국내 백신과 관련된 연구개발 투자는 연간 610억원 수준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평균적으로 드는 비용(1600억원~65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인 지원과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백신정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세계 백신 5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는 했으나, 장미빛 계획에 그친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들린다. 백신을 하나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 지원액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백신정책…2020년까지 자급률 80% 올린다?

정부가 발표한 백신정책을 보면 2020년까지 백신자급률을 현재 30%에서 80%로 올리고 3조 9000억원의 소득창출과 2만 3000명의 고용창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3단계에 걸친 해외 백신시장 개척 ▲산업인프라 강화로 개방혁신형 생태계 조성 ▲전략적 R&D 지원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기술력과 국민보건 향상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특히 전략적 R&D 지원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기술력과 국민보건 향상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고부가가치 창출 개량·프리미엄·첨단치료 백신 및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백신 생산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홍정기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2017년에는 국내 기업들이 폐렴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 주요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이 예상되므로 사전에 세계시장 진출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HT산업 글로벌 진출 지원협의회'에 '백신 전문분과'를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내에 필요한 백신은 28개인데,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백신의 수는 8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간 백신 자급화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급률이 높지 않은 요인은 기술과 돈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의원에 따르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데 국내 업체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이다. 이 때문에 현재 해외 5개 글로벌 거대 제약사가 전세계 백신시장의 86%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 위해 국가 차원 지원 구체화해야

백신산업이 성공하고,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성공가능성은 낮아진다. 따라서 정부가 장밋빛 비전만 제시하지 말고 장기적인 지원방법과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태 한국바이오협회 상무는 "백신산업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신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첨단기술로 무장한 다국적 제약사의 치료백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힘을 얻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백신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비는 다국적 제약사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사용하는 평균비용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세제지원 및 규제효율화, R&D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러한 백신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이미 감지하고 백신회사의 인수를 통해 백신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범정부차원의 투자와 바이오펀드 등을 활성화시켜 원천기술 확보 및 제품개발, 글로벌진출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국적 제약사, 차세대 백신 줄줄이 출시 예정

세계 백신시장의 대부분은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를 비롯한 5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은 GSK가 가장 높고, 사노피·화이자·머크가 뒤를 잇고 있다.

GSK는 세계 1위 백신업체로 백신 매출의 50%를 필수접종백신인 DTaP, IPV 등이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과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등 차세대 백신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화이자도 폐렴구균 백신(프리베나)을 선두로 백신의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이자는 치명적인 감염질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해당되는 감염질환은 수막구균 질환, 황색포도알균 감염질환, C. difficle 장염 등이다.

특히 백신의 역할을 단순한 질병 예방에서 한 단계 나아가 만성질환 등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치료용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치료용 백신은 질병의 치료제에 비해 장기간 치료 잇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연백신, 알레르기성 비염/천식 백신, 암 백신 기반의 면역요법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백신시장 급성장 예상…국내들 차곡차곡 성과 쌓아야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2년 카로라마인포메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시장은 자궁경부암 백신과 성인 인플루엔자백신 시장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고,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백신시장은 규모는 세계 백신시장의 약 2% 수준밖에 되지 않고, 백신 개발 및 생산, 수출실적은 '백신산업'이라고 불리기에는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하나 둘씩 백신개발에 성공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갈 경우 백신 국산화와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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