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교수, 기존 약물의 1/300만 투여해도 동일 효과
국내서 7월 보험급여 적용...암 환자에게도 효과적
암 통증 등 극심한 통증환자에게 약물치료보다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약물펌프'를 이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통증과 근육 경직 등 신경계 질환에 대해서는 신경차단치료나 경구형 약제 투여 등의 치료방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 약물 치료의 경우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가져와 의학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새로운 치료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김용철 서울대병원 통증센터 교수는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약물 주입 펌프는 약물치료에 쓰이는 '모르핀'의 경우 1/300 투여량만으로도 우수한 진통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만큼 부작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바크로펜'의 경우에도 1/100만 투여해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약물의 양을 많이 투여해야 척수에 도달할 수 있다. 약물이 이동하는 동안 장기에서 대부분 손쇨되면서 실제 척수에 도달해 작용하는 양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양의 약물을 투여하다 보면 결국 환자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수도 있다.
약물펌프, 경구형 약제 투여 단점 보완...암 환자도 사용 가능
반면 약물펌프는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지름 7cm, 두께 1cm 크기의 둥근 펌프를 복부에 이식하고 펌프에 연결된 가느다란 튜브를 척수내 공간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체내에서 약 3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약물펌프를 이용하면, 신경치료 약물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에 기반해 정확한 시기에 정량 주입하도록 돕고, 경구형 약제 투여의 단점이 보완된다.
김 교수는 "척수에 직접 신경계 질환의 치료약물을 투여하는 경우에는 정확하면서도 적은 양의 투여가 가능하다"며 "약물치료의 효율성은 높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펌프는 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약물펌프를 이용해 암 환자의 통증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안에 이식하면서 목욕 등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약물펌프에 대한 이식술이 지난 7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약물펌프가 비급여로 환자부담이 약 1599만원 정도로 높았다. 그러다보니 의료진들도 약물펌프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며 "이번에 50%선별급여로 인해서 환자부담은 782만원 정도로 줄어든 만큼, 약물펌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펌프 시술이 비용부담이 크고, 고난이도 시술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의 숫자도 매우 적은편에 속한다. 김 교수는 통증학회를 통해서 약물펌프에 대한 교육을 마련하고, 치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다.
통증 환자, 3명 중 1명 자살 고려... 치료 시급
김 교수는 통증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대한통증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성통증 환자들의 약 30%가 통증이 시작된 후 1년 이상 경과한 후에 통증클리닉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치료시기를 놓치고 더 큰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6개월 이상 만성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3명 중 1명이 자살을 고려해봤다는 결과가 나올정도로 통증환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통증은 참고 견뎌서 이겨낸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 펌프는 메드트로닉의 '싱크로메드'가 주로 쓰이고 있다. 싱크로메드는 모르핀이나 바크로펜 등 신경치료 약물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전 프로그램에 기반해 정확한 방법으로 정량 주입하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