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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명의 두드림, 나눔의 어울림 '장기기증'
기획 생명의 두드림, 나눔의 어울림 '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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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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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잇기-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공동기획 (2)

 

사단법인 생명잇기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는 생명나눔에 대한 긍정적 인식제고와 뇌사 추정자 발생 때 의료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뇌사장기기증 활성화 의료인 교육 홍보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해 한국장기기증원 등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의협신문>은 4회에 걸쳐 장기이식을 통해 숭고한 나눔을 펼치고 세상과 이별한 이들과 어느 누군가의 '선물'을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게재하면서 아름다운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사단법인 생명잇기는 2009년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은 단체로 대한이식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뇌사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잇기는 민간단체 홍보요원과 의료인을 위한 교육자료 개발 및 교육,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다<편집자>.

 

 

세상을 감동시킨 7살 꼬마 천사, 민규!

2014년 1월 19일, 단순한 감기증상인줄로만 알고 병원을 찾아갔지만 민규는 곧 의식을 잃었다. 뇌사판정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일. 아들의 마지막을 허무하게 만들 수 없었던 아빠와 엄마는 어렵게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민규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4명의 환자에게 기적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민규의 엄마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응급실에 갈 때까지도 걸어서 갔던 민규가 계속 춥고 머리가 아프다며 잠이 들었는데 깨워도 일어나지를 않았다. 큰 병원으로 옮기려 타고 갔던 119 구급차 안에서도 민규는 대답이 없었다. 급히 병원에 도착한 아빠는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민규가 아직 몸을 떨고 있어 괜히 겁을 주나 보다 하면서도 실은 무서웠다.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아빠였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빠는 민규를 좋게 보내주고 싶었다. 군인인 아빠는 평소에도 아내와 죽음이나 장기기증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눴고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도 했다.

그런데도 내 몸이 아닌 자식의 장기기증은 달랐다. 아빠는 민규의 상황을 설명해주시는 의사선생님과 한국장기기증원의 코디네이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분들의 진심을 느꼈고 그 분들을 믿기로 했다. 특히 뇌사판정이 정확하고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놓였다.

아픈 아이를 또 아프게 하느냐,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과 말들이 있었지만, 뇌사판정 과정이 엄격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중에 심정지가 오는 경우도 많아 아빠와 엄마는 오래 기다릴 수가 없었다. 민규를 허망하게 보낼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당시 민규가 너무 약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잘 버텨주어 좋은 일을 할 수 있었고 아빠와 엄마는 그런 민규가 대견했다. 후에 방송들을 본 주변 사람들도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 주었다.

많은 매체에 보도되다 보니 자식을 두 번 죽이냐는 등의 비난의 글도 있었지만 상처가 되지도 후회를 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민규의 형과 동생이 민규는 하늘나라 간 천사라고 말을 할 때 아빠는 다시 한 번 옳은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민규가 떠난지 한 달, 인터넷에서 '민규'를 검색하는 게 큰 아이의 일과가 되었다. 응원의 댓글들이 많아 아빠는 감사할 뿐이다. 아빠도 민규를 찾으려 사진첩을 들여다봤는데 아빠와 민규, 단둘이 찍은 사진이 없었다. 아이가 넷이나 되다보니 민규만의 옷이나 물건 같은 것도 없었다.

그래도 민규가 가기 전 크리스마스 때 엄마가 민규 옷과 운동화를 따로 사줘 아빠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들이 민규의 빈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예전보다 아이들 챙기기가 수월할 때 아빠는 오히려 허전함을 느낀다. 그럴 때는 민규가 곁에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엄마의 기억 속에 민규는 정이 많은 아이였다. 하루 동안 있었던 제 일을 전해주기도 하고 형 학교까지 우산도 들고 가던 아이였다. 특히 셋째는 그런 민규가 떠나고 너무 허전해한다. 아빠는 민규를 모범적인 아이였다고 말한다. 생활습관이 부지런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 민규는 네 명에게 생명을 주고 떠났다.

아빠는 만약 민규가 그냥 떠났다면 가족들은 더 마음이 아파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또 민규가 훗날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더라도 저 스스로 장기기증을 한다고 했을 거라고 아빠는 그렇게 믿는다.

담임선생님이 말하는 민규는 성격 좋고 똑똑한 아이였다. 친구들 또한 민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 선생님은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난 민규를 절대로 잊혀 질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했다. 민규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아이를 떠올리는 일이 슬프지만은 않다고 했다.

남기고 간 선물이 많기 때문에. 천사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민규는 환한 미소의 아이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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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소년 민서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록!

2013년 10월 29일. 민서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가족들과 친구들은 '뇌사'라는 이야기에 희망이 꺾였다. 어머니는 의식 없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열다섯 짧은 생을 살고 간 아이에게 의미 있는 마지막을 만들어 주고 싶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민서의 장레식장에 많은 친구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엄마는 민서가 그렇게 친구가 많았는지 몰랐다. 민서가 떠난 지 4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저녁마다 민서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온다. 가끔은 엄마가 대신 답장을 해주기도 한다. 엄마는 민서가 어른들 눈에는 완벽한 아이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친구들에게는 참 좋은 아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상민이에게 민서는 첫인상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아이였다. 한 번은 크게 싸우고 앞으로 잘 못 지내겠다고 생각했는데 민서가 먼저 아무렇지 않게 찾아와 '놀자'고 했다. 그때 상민이는 민서와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민영이는 민서가 사교성이 좋아 대인관계도 좋은 아이였다고 한다. 또 리더십도 있고 매력 있는 친구여서 민영이는 한 살 어린 민서를 참 좋아했다. 형들한테는 깍듯하고 동생들도 잘 챙겨주는 좋은 아이였다. 수연이의 기억에 민서는 여자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잘생기고 못하는 게 없는데도 겸손했다.

엄마가 후에 민서의 휴대전화 문자들을 살펴보니 민서는 수연이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고백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수연이는 사고가 난 뒤에 민서의 마음을 알게 되었는데 민서가 사고 전날 '다행이다'라는 노래를 녹음해서 수연이에게 보내줬다고 한다.

민서에게는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다니던 중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곡성에 있는 농촌 대안학교에서 농사를 지으며 다시 겸손함과 지혜를 배우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민서에게 눈길이 많이 갔다. 잘못을 곧잘 시인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민서는 사고를 일으켜도 밉지 않은 아이였다. 열정이 많아 운동도 잘하고 기타에 몰입하기도 했다.

민서는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에 입학 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하필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민서의 꿈은 모델이 되는 것이었다. 엄마는 민서의 친구들이 민서의 사진을 찍어가곤 했다고 한다. 교장선생님도 민서는 키가 크고 잘생겼다고 하시며 민서가 모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혼자 있을 때, 민서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항상 보고 싶다. 매 순간 생각이 안 날 때가 없어 더 힘이 든다. 집 사정 때문에 이사를 했을 때도 민서는 돈 벌어서 꼭 이층집을 사주겠다며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착한 아이였다. 지금은 그런 민서를 대신해 민서의 친구들이 힘겨워하는 엄마 곁을 지켜주고 있다.

해가 바뀌어 친구들은 한 살씩 더 어른이 되었지만 민서는 열다섯 소년이다. 민영이는 민서가 장기기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민서가 떠났다는 것이 아직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민서는 착하게 살았고 좋은 일을 하고 떠났으니까 하늘에서도 좋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엄마는 민서가 친구들과 나눈 메시지를 쭉 읽어보았다.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잘 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 좋은 아이였다. 그런 민서를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

민서가 떠나고 난 뒤, 한국장기기증원 홈페이지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민서를 그리워하는 수많은 친구들의 편지가 올라왔다. 민서는 자신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열다섯 소년의 빛나는 모습 그대로 남을 것이다.

민서로부터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7명의 하루하루가 열다섯 소년이 꿈꾸던 미래만큼 찬란히 빛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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