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rave150 공동저자 임호영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 "1차 치료 후 후속약물 사용, 허가·급여 조건 개선 필요"
10여년간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적인 옵션을 찾지 못하던 간세포암 분야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등장했다. 주목할 만한 결과를 얻은 임상 연구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은 'Atezolizumab plus Bevacizumab in Unresectable Hepatocellular Carcinoma' 제목의 IMbrave150 임상 결과를 실었다(NEJM 논문 링크).
IMbrave150은 간암 1차 치료제로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신생혈관생성억제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을 기존 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비교한 임상이다.
그 결과 병용군은 넥사바군 대비 사망위험이 42%(HR=0.58; 95% CI:0.42-0.79;p=0.00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악화 또는 사망 위험 역시 41%(HR=0.59; 95% CI:0.47-0.76; p<0.0001) 개선을 보였다.
넥사바군의 OS 중앙값은 13.2개월, PFS 중앙값은 4.3개월로 나타났다. 병용군의 OS 중앙값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으며, PFS 중앙값은 6.8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RECIST 1.1 기준 전체 반응률 또한 병용군이 27%로 넥사바군 12%에 비해 높았다(간세포암 mRECIS 기준 33% vs 13%).
이번 임상은 옵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세포암 치료에 면역항암제가 병용요법을 통해 높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을 받고 있다.
<의협신문>은 IMbrave150 임상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임호영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만나 이번 연구의 임상적 의미와 향후 간암 치료 전략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Q. 현재 절제 불가능한 간암 환자에게 우선 고려되는 옵션은?
-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처음으로 연장한 소라페닙이 10년 이상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이었다. 처방을 이어가면서 노하우가 쌓여 좀더 효과를 보이고는 있지만, 소라페닙이 치료 옵션으로 도입된 초기에는 2∼3개월가량의 생존기간 연장, 3% 수준의 낮은 반응률 등을 이유로 기대가 크지 않았다.
또 유일한 치료 약제다 보니 이전에 국소 치료를 끝까지 최대한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서야 소라페닙을 투여했다. 전신요법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다 보니 색전술을 10번까지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소라페닙에 비열등성을 확인한 렌바티닙으로 1차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2차·3차 약제도 나와 순차 치료 전략을 고민해 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다양한 표적치료 옵션에 더해 면역항암제까지 등장하면서 전신 항암치료의 예후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 언제 국소 치료를 마치고 항암제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연구 및 논의가 진행 중이다.
Q. 최근 공동저자로 참여한 IMbrave150 임상 결과가 NEJM에 실렸다. 이번 임상 결과가 간암 치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 IMbrave150은 면역항암제와 신생혈관생성억제제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보다 간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 소라페닙을 뛰어넘는 약제는 없었다. 렌바티닙만이 비교 임상을 통해 비열등성, 즉 소라페닙과 동등한 정도의 효과를 입증했을 뿐이다. 그사이 다른 암종에서는 TKI 등 표적치료제와 면역함암제가 좋은 효과를 보였다.
앞서 간암 분야에서도 1∼2상 임상 결과가 좋은 약제가 있었으나, 3상에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서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제를 병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는 점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번 IMbrave150 연구에 따르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소라페닙을 뛰어넘는 우수한 결과를 보임과 동시에 부작용도 소라페닙보다 심하지 않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나 현시점에서 간암 1차 치료의 최적의 옵션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IMbrave150 임상시험 결과에 어떤 점을 주목할 수 있을까? 제한점은 어떤가?
-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며 실제 진료 현장에도 적용되는데, 이는 효과 그리고 안전성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효과도 월등하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결과가 좋았다.
특히 일반적으로 병용요법이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는데, IMbrave150 연구 결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확인된 이상반응의 빈도수나 정도가 대조군 대비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없었다. 다만 아바스틴의 영향으로 출혈성 경향은 조금 더 높으나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또 이 연구에는 한 가지 독특한 평가변수가 포함돼 있는데 환자의 전신 상태가 나빠질 때까지의 기간(TTD, time to deterioration)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투여했을 때 TTD가 유의하게 개선돼 환자의 삶의 질(QoL, Quality of Life)이 더 오래 유지됐다. 이 역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안전성 측면에서 소라페닙 대비 우수함을 보여준다.
IMbrave150 임상시험에는 그동안의 간암 연구와 유사한 환자군이 포함됐으나, 아바스틴의 출혈성 경향 때문에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다소 배제됐을 가능성은 제한점이다. IMbrave150 연구의 추적관찰 기간이 아직 짧다는 점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남은 과제다.
짧은 연구기간으로 병용요법의 OS 중앙값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장기간 추적 관찰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없는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했을 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확인이 필요하다.
Q. B형/C형/알콜성/대사질환 등 원인에 따른 하위 그룹에서도 일관된 효과가 확인됐나?
- 각 하위 그룹에서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대조군보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험 요인 중 B형 간염을 동반한 환자보다 C형 간염 환자의 결과가 조금 더 좋았고, 지역 별로는 아시아 지역이 그 외 지역보다 더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는 부수적인 결과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C형 간염, 아시아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 옵션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가령 1차 치료제인 소라페닙은 C형 간염을 동반한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었던 반면, 레고라페닙은 B형 간염 환자군에서 더 효과가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
Q.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국내 도입되면 간암 치료 전략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현재 간암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은 크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처음 IMbrave150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위 두 가지 치료 옵션인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부터 병용하는 것이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보다 효과적일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IMbrave150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병용요법이 가장 좋은 1차 치료 옵션이라 생각된다.
다만 실제 1차 치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실패하면 다음 단계에서 어떤 옵션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2차에 TKI를 쓰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패턴이 될 것이다. TKI는 대개 다중표적(multi target)이기 때문에 병용요법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TKI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간암의 후속 치료 옵션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 현재 소라페닙 치료 실패 이후 레고라페닙과 카보잔티닙이 사용되고 있지만, 1차 치료제인 소라페닙과 렌바티닙도 충분히 2차 치료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2차 이후 3차, 4차까지도 치료 단계가 점점 늘어날 수 있다. 물론 모든 환자를 4차 이상 치료까지 끌고 갈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약제를 단계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결국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도 연장될 것이다.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3상 임상연구가 이제 처음 나왔지만, 또 펨브롤리주맙/렌바티닙 등 다른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 요법에 대한 여러 가지 임상 연구도 진행 중에 있으며 그 결과가 기대된다.
Q. 렌바티닙이 급여권에 진입했지만, 후속 치료제 옵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도 1차 치료로 들어왔을 때 현재로선 후속 치료 부재로 인한 제한이 있을 것 같다.
-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치료 약제를 임상 현장에 적용하려면 허가, 급여 조건으로 대규모 3상 임상연구가 필수적이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 후속 치료를 위한 연구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연구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승인을 거부한다면 임상 현장은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만의 경우 현재 니볼루맙이 간암 2차 치료에서 보험 적용된다. 2상 임상 결과를 근거로 승인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조차 안 돼 오프라벨로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2017년 이후 간암 분야에도 새로운 약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반면, 후속 치료에 대한 이슈는 해결되지 못한 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환자가 있는 암종이다. 생존기간도 짧다. 약제가 많음에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Q.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후속치료 약제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 물론 심평원에서 우려하는 남용이나 적절하지 못한 약제 사용 등의 문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간암의 경우 다른 암종보다 지침을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다.
예를 들어 BCLC(Barcelona Clinic Liver Clinic) 병기에 따른 치료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각 환자의 상황에 맞게 치료하다 보면 BCLC B에 항암 치료를 하거나, BCLC C에 색전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러한 간암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삭감이라는 잣대가 아닌 대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격이 있는(qualified) 특정 병원에 한해 급여 기준을 풀어주는 식이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새로운 치료 약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가장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