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의 밤
세상을 범람하는 눈물이 급 증발한 탓일까
통곡하는 밤이 올해 유난히 잦다
교량의 수위가 위험 경계선을 넘을 때가 많다
폭우의 밤, 한가운데로
함성을 지르며 관통하는 강둑 위로
잠자리에서 뛰쳐나온 내의만 입은
몽유의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다
강변의 나무들과 몽유인들,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는
빛 칼 휘두르는 망나니의 기합소리와
삭발당한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신시사이저 synthesizer*공명을 이룬다
번개불 조명 속에 드러나는
순간 정지한 그들의 실루엣이
번개 회초리를 맞은 벽조목 같다
거짓말들이 폭우에 씻겨 흘러 들어가는
한강 하류의 수중보 속에는
번개에 시력을 잃고 떠내려온 잉어들의 울음과
포식에 숨차하는 물뱀의 트림 소리가 요란하다
대홍수기가 다시 닥칠 것 같은 전조의 밤이다
불길한 재앙의 밤이다
오래전 폐선된 방주, 그 잊혀진 신화를
다시 꿈꾸는 몽유인들의 잠꼬대가
강가 청개구리의 퉁성기도 같다.
*각종 악기의 음색을 전자적으로 발생시키고 변경 합성하여 연주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이

▶김영철내과의원 원장 / <미네르바>(2007) 등단/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디카시집<눈과 심장> / 제9회 미네르바 문학상, 제14회 한국 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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