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학회가 '친환경 내시경' 운동에 나선 까닭?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친환경 내시경' 운동에 나선 까닭?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5.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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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Endoscopy TF 발족…홍보 주력·설문조사 진행
내시경 검사실 병상 1개 당 하루 3㎏ 의료 폐기물 발생
전문의 1명 당 1년에 플라스틱 폐기물 1만 3500톤 생성

대화소화기내시경학회가 Green Endoscopy TF를 발족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친환경 내시경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기후 위기는 전세계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이슈로, 각국 정부, 기업, 개인들은 필수적으로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내시경 영역에서도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내시경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친환경 내시경(Green Endoscopy)는 소화기 내시경 검사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평가, 인식 제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활등 등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궁극적으로 친환경 내시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내시경을 추구하는 전략 수립에 방점이 찍힌다. 

의료 분야에서 탄소 배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동안 의료 분야는 환자의 치료 결과 향상이라는 최우선의 목표 아래 환경과는 다소 동떨어진 분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의료 분야 탄소 배출의 심각성 등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의료 부분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의 4.4%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영국의 경우 각각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5%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이유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2040년까지 직접 제어되는 탄소 배출에 대해 순 제로를 달성을 선언했으며, 2045년 의료기관과 연관되는 간접 탄소 배출량까지 순 제로로 만들기로 약속했다. 

지난 2021년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 정상회담에서도 추가로 13개 국가의 보건의료시스템이 탄소 제로 날짜를 설정했다. 

전세계적인 의료 보건 시스템의 노력에도 국내 의료 분야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대형 대학병원들이 탄소중립 실현, 재생에너지 도입, 의료폐기물 감축, 식당 잔반 줄이기 등을 실천하고 있으나 아직 영향은 미미하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가 선정한 2021년 서울시 상위 25개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는 빅5 대학병원이 포함됐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역시 친환경 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및 인식도 제고가 요구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친환경 운동에 나선 이유는 자원집약적인 내시경검사는 전체 의료의 탄소배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소화기내시경실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은 이산화탄소 8만 6000톤에 해당하는데 자동차 이동 거리로 환산하면 약 3억 4300만㎞에 이르는 배출량이다. 

내시경 검사실 병상 1개 당 하루 3㎏의 의료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전문의 1명이 연간 1만 35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성하고, 그 중 80%(1만 800톤)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이는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 중 3번째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내시경 시행 후 소독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과 소독제가 사용되며, 이런 소독과정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은 지난 2020년 초부터 유럽·미국 등에서 시작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소화기연관학회들이 공동으로 내시경 분야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환자 진료, 교육, 연구, 정책 등과 같은 항목으로 나눠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런 추세와 발맞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도 Green Endoscopy TF를 발족하고, 내시경 분야에서 친환경 운동에 대한 인식도 향상 및 구체적 임상 지침 제시에 나서고 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Green Endoscopy TF는 내시경영역에서 친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나눠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Green Endoscopy에 대한 고유성과 식별성을 높이기 위해 로고도 개발했다. 색상은 친환경이라는 목표 아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서 파란색과 녹색을 사용했으며 친환경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화살표와 함께 깨끗하고 맑은 환경을 감싸 안은 형태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단기 목표로는 먼저 친환경 내시경에 대한 홍보에 주력한다. 

현재 내시경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반적으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큰 관심사가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활동을 계획하기는 매우 어렵다. 학회 세미나, 기사, 매체 등을 이용해 현재 의료계 특히 내시경 영역에서의 탄소 배출에 대해서 알리고,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내 내시경실 의료진의 친환경 내시경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학술행사 및 세미나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커버 명찰을 종이로 변경했으며, 소화기내시경학회 논문을 발송할 때 비닐 커버 대신 종이 봉투로 변경했다(사진 1). 

내시경실 의료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운동도 벌인다. 내시경실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의료폐기물로 재활용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1회 내시경 검사에서 1.5㎏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그 중 0.3㎏만 재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내 내시경실 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내시경실 의료폐기물의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중장기 목표로 여러 임상 연구들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 회원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인센티브(예: 우수내시경실과의 연계 등 )를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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