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장기 복무

군의관 장기 복무

  •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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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 18개월 vs 군의관 37.5개월…의대생 사병 지원 대안 있나?
전문직 리더십 발휘 '젊은 의사' 경력 관리…제도 변화 필요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 (전 의료정책연구소장)ⓒ의협신문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 (전 의료정책연구소장)ⓒ의협신문

수련 기간을 마칠 때까지 병역의무를 연기해 전문의 취득 후 군의관으로 임관시키는 제도는 과거 국방부가 주무 부서였고 'Kim's Plan'으로 명명됐다. 

이 제도하에서 대학병원은 속칭 'Kim's TO'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국방부 공무원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전문직이 국방부 관리에게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순을 과감히 바꾼 분은 전 의무감 전재준 장군이다. 군사독재 시절 군의관 중령으로서 군의 주요 전투병과와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국방부 관치를 종료시킨 사실은 대단한 전문가적 리더십의 발휘로 생각된다. 

현재 전공의 배정에 관한 최종 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전공의 양성에 관한 정부의 관치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의사 양성에 관한 전문직 집단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최근 인기가 시들해진 ROTC(예비역학사장교) 지원에 대해 ROTC 중앙회는 ROTC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병 복무가 18개월이고 급여도 지급되니 예비역 학사장교제도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의과대학 졸업 직후 바로 군의관 복무를 3년 넘게 하는 경우 대학 입학 학번 동기 ROTC 장교와 약 2개월 정도 같이 근무 후 학번 동기 장교들은 벌써 전역을 한다. 의대를 갓 졸업한 군의관은 제대 시점까지 총 4개 기수의 ROTC 장교와 근무를 한다. 

현재의 군의관 제도는 훈련으로 6주 그리고 3년간의 복무가 규정이다. 필자가 입대한 1978년은 훈련만 9주여서 총 3년 3개월 총 39개월의 복무를 하였다. 현재의 군의관 지원도 감소추세에 있다. 

이미 군인도 민간병원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모든 부대 단위마다 군의관이 필요한지도 효율적 인적자원 활용을 위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전방의 기계화 부대에서 3년간 복무했다. 

1970년대 당시는 의과대학 6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민주화 투쟁으로 인한 휴교 조치로 임상 실습도 형식적이었고 모자란 수업 기간은 과제물로 대체됐다. 실습 교육도 매우 부실했다. 전방부대에서 건장한 청년 군인을 상대로 군의관이 할 수 있는 직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위험한 중장비를 다루는 기갑부대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로 다친 군인은 수액 정맥주사와 함께 신속히 차상급 군의료시설로 전원 조치를 하는 것이 갓 의과대학을 졸업한 군의관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전투 부대에서 3년간의 군의관 경험은 대학병원 인턴 3개월 임상경험도 안됐다. 아마도 전문의 취득 후 병원 단위 복무를 했다면 자신의 전문과목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병 복무 기간이 18개월인 현재 37.5 개월의 군의관 대신 사병 복무의 이점도 매우 커 보인다. 여학생의 증가와 사병 복무 기간의 단축으로 군의관 제도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ROTC 중앙회의 주장과 같이 군의관 의무 복무 기간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군의관은 오랜 기간의 군인 기본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의사는 전시에 군복으로 옷만 바꾸어 입고도 즉각적인 직무 현장 투입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은 낭비적인 요소가 매우 많은데 이제 상대적으로 장기간의 복무 기간이 되어버린 군의관 제도도 대폭 변화를 추구해 볼 때가 됐다. 

이미 사회 병리가 된 의과대학 입학 재수(N) 문화는 입학생의 고령화·전공의 선택과목 재수·국가시험·전문의 시험 재수 등 단계별로 다양한 재수로 불필요한 교육 기간 연장 현상을 보인다. 

유럽에서는 일부 세부 전문의 과목은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외과 계열 전문의 과정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장기간의 수련 기간이 반드시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소모적 의학 교육 환경에서 고도의 장기간 수련이 필요한 과목에 지원자가 감소할 것은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의학전문직업성이 추구하는 탁월성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군의관 제도, 공보의 제도는 과연 어느 단체가 나서서 이를 해결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임시기구인 의정협의체는 적절한 당사자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이미 의료계와 정부의 만성적인 갈등을 만들어 내는 불합리한 사안이 쌓여 있다. 

의사단체가 후배 의사를 위한 리더십의 발휘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은 인상이다. 아직 전문직 차원의 리더십의 구조와 체계 확립이 덜 됐다는 자기 비판적 해석도 가능하고, 아직 전문직 단체의 자기개발 중이라는 긍정적 진단도 가능하다.

전공의·군의관·공보의 제도 모두 현직에 있는 젊은 의사의 힘만으로 제도적 변화를 추구하기는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 전역 후 망각의 법칙과 신분의 변화로 필연적으로 주요 관심 사안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정책에 대응하는 전문직 이해당사자로서 군의관·공보의 제도 등 의사의 경력 관리에 대한 사안은 과연 어떤 전문직 리더십이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궁금하다. 다수의 의과대학생이 군의관 보다 절반의 시간이 소요되는 사병 복무를 택한다면 정부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는 더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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