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통화
눈을 크게 뜨고 보란다
눈 부릅떠 쳐다보고 있을 때
화면에서 휙 실바람 한 움큼 불어오며 중얼거리는 말
걸어오는 다리를 본 게 아니라 사람을 보았지
날아가는 새 소리를 본 게 아니고 새를 보았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감는다
뜰수록 안 보이는 살갗에 닿고 싶어 눈을 감는다
더 깊숙이 만져 보려고 눈을 감는다
새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사람의 눈으로 대화를 보고
대화의 눈으로 또 사람을 보다가
서둘러 눈을 크게 뜬다
감을수록 꿈마저 보일 듯하여
▶전 한림의대 교수/<문학청춘> 등단(2013)/한국의사시인회 초대회장/시집 <가라앉지 못한 말들> <두근거리는 지금>/산문집<늙은 오디세이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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