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6% 역대 최저, 빅5마저 3곳 미달…'중환의 바다' 아산병원 50% 그쳐
현장 응급의사들 "대구 뺑뺑이? 이미 일상…위기는 누적 중, 지속 하락세로"
올 한해 '응급실 뺑뺑이'가 화두에 오르며 2024년도 상반기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에 눈길이 쏠렸다. 악화일로를 걷던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올해 79.6%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1년도 레지던트 모집 때만 해도 101.8%였던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은 2022년도 98.8%, 2023년도 85.2%를 거쳐 하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올해 모집에서도 지원율 앞자리가 바뀌며 79.6%를 기록, 소생은 요원해 보인다.
빅5 병원마저도 3곳이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중환의 바다로 오라'며 패기 넘치는 문구를 내걸었던 서울아산병원은 6명 정원 중 절반인 3명만을 채웠다. 지난해에는 같은 정원에 7명이 지원했다.
서울대병원은 정원 8명 중 6명이 지원해 2명이 미달이었고,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정원 11명 중 10명이 지원해 1명이 미달됐다. 정원을 채운 삼성서울병원은 정원 4명에 5명이 지원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정원 6명에 7명이 지원했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수도권 수련병원은 정원 109명 중 92명이 지원해 84.4%를 채운 데 반해, 비수도권은 정원 78명에 59명이 지원해 75.6%에 그쳤다.
응급의학과의 하락세에는 응급의료전달체계 상의 문제를 응급의료진에게 책임을 묻고 형벌화하는 관행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대구에서는 10대 청소년을 전원조치한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사망 책임을 물어 피의자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8월에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차가 대동맥 박리를 진단해 내지 못했다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라고 자조하며 "응급실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일상에서 워낙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 일부분이 언론에 조명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직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급감했듯 단일 사건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기에 영향이 지속 누적된다는 것이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료진에 책임 묻기'에 따른 불안과 불만이 누적돼 지속적인 지원율 하락세로 나타난다"며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 중도 포기율도 1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대구 응급실 전공의 피의자 조사 이후 사직을 결심한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이에 동감했다.
사건 이후 강원도에서 근무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응급의학과 A 전문의는 "사건을 접하고 '걸리는 놈이 독박'인 구조에 분노했다. 와중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 내놓는 것에 갑갑함을 느꼈다"면서도 "꼭 이 사건 하나로 퇴사를 결심한 건 아니다. 나도 동료들도 모두 응급의학과의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구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B 전문의는 "대구·경북 지역은 사건의 영향이 좀 더 컸다"면서 "사건 이후 함께 일하던 동료 한 명이 응급실에서 일하기 부담스럽다고 사직했다.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응급의학과 과장급 전문의 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지금 상황이 참담하다. 최선의 조치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희생양으로 몰리는 대상이 우리(응급의학과의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고, 이젠 초기 중증도 평가가 두려울 지경"이라며 누적되는 불안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