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90%, 2천명 의대 증원에 이런 말까지?

의대교수 90%, 2천명 의대 증원에 이런 말까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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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미래도 교육 인프라 어렵다" 93.5% 정부·재단 지원 기대 안 해
97% 우려 1순위 "기초의학교수 확보 못 한다"…실습 횟수 감소, 카데바 부족도

2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긴급설문 결과, 의과대학 교수 92.7%가 의대정원 증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2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긴급설문 결과, 의과대학 교수 92.7%가 의대정원 증원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정부가 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현장 의학교육자들의 우려가 깊다. 의대 교수 90% 이상은 대폭 증원이 의학 교육에 미칠 악영향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할 의학교육. 증원 후 교육에 있어 현장 의학교육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의협신문>은 2월 3일부터 '2000명 증원'이 발표되기 전인 6일 오전까지, 교수 대상 긴급 설문조사(4점 리커트 척도)를 실시했다. 나흘간 전국 의과대학 교수 중 138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응답한 교수의 92.7%(매우 우려한다 71.7%)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 질 하락 없이 증원이 가능할 거란 정부의 포부에 회의적이었다.

교수 중 91.3%는 "현재 한국의 의학교육 여건상 의대생이 대폭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증원에 따라 정부나 사립재단(사립대 경우)에서 충분한 재정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물었을 때 93.5%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원과 관련해 구체적 재정 지원 계획이 없었다는 점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의 의학교육 질 제고 대책들이 모호하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늘어난 정원을 교육하는 데 현재 한국의 의학교육 인프라도, 앞으로 재정 지원 등을 통한 인프라 확충도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래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과대학 교수들은 늘어난 정원을 교육하는 데 현재 한국의 의학교육 인프라도, 앞으로 재정 지원 등을 통한 인프라 확충도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래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증원과 교육에 있어 교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교수 확보'였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학생이 늘어난 만큼 교수 역시 1년 내로 추가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려 97.1%가 1년 내로 기초의학 교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 따르면 의대의 기초의학 전임교수는 최소 25명 이상인데, 지금도 10여곳의 대학이 25~30명에 그쳐 간신히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5일 전국 34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 확보 현황을 공개하며 "기초의학 교육 현실을 방치한 채 무리하게 의대정원을 늘린다면, 의대 간 교육환경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실의대·부실의사를 양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년 내로 충분한 임상교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89.9%로, 기초의학 교수에 비해서는 근소하게 나았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의협신문
응답 교수 대부분이 교원 확보 가능성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는데, 특히 기초의학 교수 충원에 대한 우려가 97.1%로 압도적이었다. [그래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이 외에도 교수들은 다방면에서 교육 여건을 우려했다. 주로 실습과 관련해서다.

응답 교수 중 92.8%는 "실습 인원이 무리하게 증가하거나 실습 횟수 자체가 줄어드는 등 실습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92.7%는 증원 인원을 교육하기 위한 카데바와 더미 등 실습기구 확보를 우려했다.

임상술기센터, 시뮬레이션센터 등 공간 확충에 대한 우려(86.9%)와 젊은 임상교수 이탈 가속을 우려하는 의견(76.1%)도 뒤를 이었다.  

현재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필수·지역의료를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은 의대정원 증원이 취지에 맞게 추진될 것인지 여부에 고개를 저었다. 

의학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나 지역공공의료기관 실습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응답 교수 중 90.6%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린다면 이 같은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89.9%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필수·지역의료 의사 유입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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