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미래도 교육 인프라 어렵다" 93.5% 정부·재단 지원 기대 안 해
97% 우려 1순위 "기초의학교수 확보 못 한다"…실습 횟수 감소, 카데바 부족도
정부가 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현장 의학교육자들의 우려가 깊다. 의대 교수 90% 이상은 대폭 증원이 의학 교육에 미칠 악영향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할 의학교육. 증원 후 교육에 있어 현장 의학교육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의협신문>은 2월 3일부터 '2000명 증원'이 발표되기 전인 6일 오전까지, 교수 대상 긴급 설문조사(4점 리커트 척도)를 실시했다. 나흘간 전국 의과대학 교수 중 138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응답한 교수의 92.7%(매우 우려한다 71.7%)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 질 하락 없이 증원이 가능할 거란 정부의 포부에 회의적이었다.
교수 중 91.3%는 "현재 한국의 의학교육 여건상 의대생이 대폭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증원에 따라 정부나 사립재단(사립대 경우)에서 충분한 재정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물었을 때 93.5%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원과 관련해 구체적 재정 지원 계획이 없었다는 점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의 의학교육 질 제고 대책들이 모호하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원과 교육에 있어 교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교수 확보'였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학생이 늘어난 만큼 교수 역시 1년 내로 추가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려 97.1%가 1년 내로 기초의학 교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 따르면 의대의 기초의학 전임교수는 최소 25명 이상인데, 지금도 10여곳의 대학이 25~30명에 그쳐 간신히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5일 전국 34개 의대 기초의학 교수 확보 현황을 공개하며 "기초의학 교육 현실을 방치한 채 무리하게 의대정원을 늘린다면, 의대 간 교육환경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실의대·부실의사를 양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년 내로 충분한 임상교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89.9%로, 기초의학 교수에 비해서는 근소하게 나았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외에도 교수들은 다방면에서 교육 여건을 우려했다. 주로 실습과 관련해서다.
응답 교수 중 92.8%는 "실습 인원이 무리하게 증가하거나 실습 횟수 자체가 줄어드는 등 실습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92.7%는 증원 인원을 교육하기 위한 카데바와 더미 등 실습기구 확보를 우려했다.
임상술기센터, 시뮬레이션센터 등 공간 확충에 대한 우려(86.9%)와 젊은 임상교수 이탈 가속을 우려하는 의견(76.1%)도 뒤를 이었다.
현재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필수·지역의료를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은 의대정원 증원이 취지에 맞게 추진될 것인지 여부에 고개를 저었다.
의학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지역의료·공공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나 지역공공의료기관 실습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응답 교수 중 90.6%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린다면 이 같은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89.9%는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필수·지역의료 의사 유입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