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량 사직, 소송으로 간다면…법조계 판단은?

전공의 대량 사직, 소송으로 간다면…법조계 판단은?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03.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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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 변호사 "전공의 사직 '정당', 업무방해죄 성립 매우 낮아"
전공의 피해자 주장도, 김소윤 회장 "정부가 나가라고 떠민 꼴"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연일 전공의들의 병원 사직을 두고 행정 명령과 처분을 내린 가운데, 실제 업무방해죄 등의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4일 국회에서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배 여부 ▲의대증원 행정소송 집행정지 처분 적용 가능 여부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법 위반 여부 ▲전공의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 여부 ▲전공의 사직서 효력 발생 시기 등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공의 사직의 정당성, 법조계는 어떻게 볼까?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병원에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법조계에서는 전공의 사직의 정당성을 판단에 상황의 본질을 두고 해석을 달리 했다.

전공의의 사직 행렬이 '파업'이라고 판단한 이민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무제한 적일 수는 없다.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자격 의무가 도출될 수 밖에 없다"며 "전공의의 사직을 두고 개별 사직이라고 하는 주장은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핵심을 보지 않고 형식적인 부분만 본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본질은 사직서 제출을 통한 파업, 진료거부라는 것이 핵심이다"며 "의료 행위를 계속 완전히 중단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전공의들은 이번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두고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포기했다고 판단, 개별 사직이라고 해석했다.

임 변호사는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사회적인 이슈에 큰 관심없이 수련받기에 정신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소신과 사명감으로 전문의를 따려했던 전공의들이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부족과 고령화 시대 대비를 이유로 의대정원 증원을 꺼내자 전문의를 따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을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사직인지, 파업인지를 명확히 확인하려면 추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는지를 보면 안다"며 "현재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 중 최소 60%이상은 절대로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다. 군대를 가거나 외국 의사면허 취득 절차를 밟거나 미용·성형을 배울 것이다. 결국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개별 사직이 현재 전공의 사직 사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대량 사직 행렬…업무방해죄로 처벌 받을까?

의대정원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대량으로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 의료현장을 이탈하자 정부는 업무방해죄의 형사고소,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전공의들의 사직 행동이 '개별적 판단'이라는데 무게를 둔 임 변호사는 업무방해죄로의 처분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 변호사는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정당한 사유를 살펴봐야하는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면허정지와 업무방해로 인한 형사 고소가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보이는 태도를 볼때 전공의 9000여명을 상대로 전체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성립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아주 높은 확률로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법원 실무에서 집단적인 근로제공 거부 행위가 업무방해죄로 본 경우는 화물연대에서 다른 사람들의 근로 제공을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막은 경우와 파업 등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용자의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왔을 경우 등이다. 

파업으로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사례는 딱 한 건으로 회사 인수인계 상황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집단으로 사직한 경우다. 이 경우 법원은 사직서 제출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집단적'으로 이뤄졌다고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 전공의 사직에 정부는 경찰관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을 병원에 배치해 전공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전공의 행동에 대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의료대란은 없으며 정상적으로 돌아가고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직서 제출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시기에 집단적인 사직도 없었다는 뜻이다.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을 '파업'으로 해석한 이민 변호사는 업무방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논의에 있어 법원은 포괄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한다면 업무방해죄 성립을 권장한다"며 "사직서 제출 행위가 결국 노무를 제공하는 진료를 거부하는 일환으로 보여지기에 사직으로 보든 파업으로 보든 업무방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전공의 겁박행위"…전공의도 '피해자'

정부가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전공의에게 내린 것과 관련해 해당 명령 자체가 전공의를 겁박하는 행위라는 시각과 전공의 역시 정부의 의료개혁의 피해자라는 입장도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장은 "전공의들이 나온다고해서 큰 병원들이 진료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의료 현장에서 굉장히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뛰쳐나갔다고 큰 병원들이 업무가 마비되는 것은 전공의들의 책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만든 상황 역시 행정부에서 만든 상황이라고 언급한 김 회장은 "행정부에서 '전공의 뛰쳐나갈 거 알지만 우리 이거 발표한다'는 식으로 발표하고 전공의들이 뛰쳐나갈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해왔다"며 "이는 전공의들한테 그렇게 하라고 부추긴 것과 마찬가지 인데 그걸 전공의들이 잘못했다고 '너네가 잘못했으니까 너네 안 돌아오면 면허 없앨꺼야, 정지할거야'하는 것은 정말 겁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의료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가장 억울한 건 국민과 환자겠지만 그 다음 억울한 사람들은 전공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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