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17일 집단 휴진, 500여명 외래·수술 연기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2025년도 의대증원 재조정 요구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막기 위한 교수들의 본격적인 행동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행동을 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체 967명의 교수 중 54.7%인 529명의 교수가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표출하며 외래 진료 예약 연기 등의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집단 휴진을 알린 17일, 병원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특히 외래 진료가 모여있는 대한외래 건물 일부 과 출입구에는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져 있었다.
"휴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시작되는 글에는 "교수들은 미래 세대가 안전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의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할 책무가 있다"며 "이번 휴진은 이러한 책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실한 외침이다. 의료계와 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이기려 하거나, 환자를 볼모로 삼고 협상하려는 게 아니다. 이익을 지키거나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혼라스런 사태를 빨리 끝내고 앞으로 이런 의료 대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앞장서겠다"며 "환자들의 이해와 지지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해주는 너른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마무리 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4∼500명의 교수들이 이번주 외래 및 수술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따라 일부 과에서는 외래 진료가 시작되는 9시에도 진료 대기환자가 없어 간호사만 앉아있었으며, 진료실 입구 옆에 부착되어 있는 대기환자와 진료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다수 꺼져 있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수술 건수가 현 의료사태 이전 100%라고 한다면 휴진을 시작하는 주에는 30% 수준으로 조절됐다"고 밝혔다.
진료실을 떠난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비대위 행동 지침에 따라 오전 10시 30분 서울대병원 양윤선홀에서 진행한 집회에 참석, 청진기 대신 피켓을 손에 들었다.
아울러, '탁상공론 밀실회의 투명하게 공개하라', '현장의견 무시하는 불통정책 철회하라', '필수의료 중증진료 기피원인 외면말라', '사직금지 자유박탈 전공의가 노예인가', '근거없는 의대정원 원점에서 검토하라' 등의 구호도 제창했다.
집회 시작을 알린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번 집단 휴진은 지난 몇달간 시행되는 의료 정책이 결코 옳은 것이 아니다, 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교수들이 온몸으로 부르짖는 것"이라며 "90% 이상이 되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지와 동참의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한 취소 ▲의료 현장 의견 반영할 수 있는 상설의정협의체 구성 ▲2025년 의대정원 증원 교육 가능 수준으로 재조정 및 2026년 이후 의대정원 증원 근거와 객관적 기준 하에 재논의 등 3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교수, 전공의, 의대생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유발언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공의 대표로 자유발언에 나선 박재일 전공의는 "젊은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의사가 더 돈을 많이 벌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대학병원에 남아 대한민국 의료 중심에서 의료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며 "왜곡되지 않은 기울어지지 않은 의료현장에서 일하며 의사로서 마음 속에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이 저희의 꿈인데, 점점 대한민국 의료의 탑은 기울어져가고 있고 무너지고 있다"고 짚었다.
기울어진 의료의 탑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의료 정책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박 전공의는 "현재 의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전문가 집단과 최소한의 상의를 진행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대표로 나선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은 "아무런 입장 변화없는 정부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왜 지금 학교 밖에 있는지 원인 진단부터 해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원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으니 원점에서 논의해야한다는 말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휴학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 김민호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적법한 휴학계를 제출한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들의 목소리에 마땅히 대답해 줄 말이없어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 밝히고 정책 실패로 인해 의학교육을 파행으로 만들어놓고 의학교육 선진화라는 말로 애써 수습하는 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