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걸친 청문회 마지막 질의서 '자기결정권 금지' 근거 물었다
"전공의 수련 의무가 개인 선택을 제한할 중요성 가진 사회적 의무 아니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로 시작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전공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의 질의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13시간에 걸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 과정 마지막, 이 의원은 사직서도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전공의의 현실을 짚었다.
이 의원은 밤 11시까지 이어진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 마지막 질의에서 "전세계 의과대학의 기본 목적은 전반적인 의료를 잘 볼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전공의 개인에게 세부분과 수련 의무가 개인 선택을 제한할 만큼 중요성을 가진 사회적 의무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개인에게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을 금지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사직 형식이나 복귀 현황, 의대 등이 부재한 것을 보면 현재까지 전공의들은 모두 개인 의사로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도 더 난항을 격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이 의원은 개인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국가가 침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이름으로 입원 중인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공의 개인이 책임을 지게끔 되어 있는 환자는 없고 주치의는 모두 교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같은 이주영 의원의 지적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1만 3000여명에 가까운 전공의가 일시에 빠져나갔다"라며 "통상적인 개인의 선택이라고 보기가 좀 어렵다"라고 답했다. 박 차관은 의료법 59조를 내세우며 전공의의 사직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각종 행정명령 및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다시 "차관의 개인적 판단인 것 같다"고 지적하며 "정확한 법적인 근거나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제시하라"고 몰아붙였다.
양자택일 질문에 진땀 흘린 조규홍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의원의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이주영 의원은 현재 전공의 공백 사태로 당장 내년에 벌어질 일과 2000명 의대 증원 후 의사가 배출 될 먼 미래의 일 사이의 경중을 물었다.
그는 "과학적 근거와 실현 가능한 계획, 그리고 국민 건강에 발전적으로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증원이건, 감원이건, 유지건 순순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조규홍 장관에게는 두 가지의 상황을 놓고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사교육에 인력 문제가 생기는 것과, 우리나라 의료인력에 문제 생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운 문제라고 생각하냐는 것이다.
2025년 의대정원 증원은 이미 확정돼 수험생과 학부모가 모두 준비중이라서 2000명이라는 숫자 변경이 어렵다고 답한 데 따른 질문이다.
또 "2025년이 급한 이유는 2035년에 목표된 수치를 채우기 위해서인데 목표를 2036년에 달성하는 것과 올해가 무너져 릴레이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은 어느 쪽이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양자택일을 묻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꺼려했고 이 의원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묻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