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기도폐쇄 외과의사 이제 3명 남았다

소아 기도폐쇄 외과의사 이제 3명 남았다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07.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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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고위험 수술 소아외과계 멸종 위기…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 26일 심포지엄
소아이비인후과 3명, 소아정형외과·소아비뇨기과 10명 불과…수술의사 사라질 위기
저수가→수술할수록 적자→투자 외면→젊은 의사 기피→전문의사 멸종 '악순환'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은 7월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대한소아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대한소아마취학회·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등 소아청소년 외과계열 전문학회가 참여했다. ⓒ의협신문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은 7월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대한소아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대한소아마취학회·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등 소아청소년 외과계열 전문학회가 참여했다. ⓒ의협신문

국내에 소아 기도폐쇄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3명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아비뇨기과와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는 10명 정도가 대학병원에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한 채 멸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웅한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 상임대표는 7월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주제 심포지엄에서 "소아 기도 폐쇄 관련 수술을 할 수 있는 소아이비인후과의사는 2∼3명 정도 발견됐다"면서 "소아만 수술하는 소아비뇨의학과는 10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소아비뇨의학과 펠로우가 사라진 게 3년 정도 됐다"고 소아외과계가 직면한 위기가 심각 단계를 넘어 멸종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소아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대한소아마취학회·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등 소아청소년 외과계열도 해당 분야 전문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20∼3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웅한 상임대표는 "소아청소년 외과 수술 분야는 성인에 비해 난이도와 위험성이 높음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치매 노인을 위해 10조원 이상을 지원하지만 소아외과 분야에는 거의 안 쓴다. 소아는 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도 관심이 없다"고 직격했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정부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말 못하는 어린이를 대신해 어른들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웅한 상임대표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게 심포지엄을 개최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은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장은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 소아 고난이도 수술 281개에 대한 수술 처치료와 소아연령 가산을 책정했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면서도 "좋은 정책이기는 하지만 상대적 불평등 문제가 있다. 소아외과 계열 진료를 지속해서 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7월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주제 심포지엄. 대한소아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대한소아마취학회·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등 소아외과 전문의사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한 소아외과의 현실을 알렸다. ⓒ의협신문
7월 26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붕괴된 소아외과계-정책적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주제 심포지엄. 대한소아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대한소아마취학회·선천성심장외과연구회 등 소아외과 전문의사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한 소아외과의 현실을 알렸다. ⓒ의협신문

소아 외과 수술의 경우 성인에 비해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음에도 제대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나왔다.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병원 경영진의 외면 속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수술 코드 자체가 없거나 수술 과정 자체가 복잡해 여러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함에도 한 가지만 청구토록 규정한 불합리한 심평의학의 문제점도 불거졌다. 건강보험사사평가원의 전문성 부재로 원칙없는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박성찬 대한소아비뇨의학회 간행이사는 "요도하열 환아는 음경 만곡, 음경·음낭 전위 등 동반기형이 많지만 현 수가체계는 딱 4가지만 있다. 수술을 3∼4개 해도 하나 밖에 청구하지 못한다"면서 "무조건 삭감해 놓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 아니라 불합리한 수가와 심사 기준에 관해 상의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소아외과 관련 부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신창호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도 선천성 소아정형외과질환자의 수술 삭감 사례를 소개하며 "9시 45분 동안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1명과 전공의 3명,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명, 마취과 PA 1명, 간호사 1.75명, 방사선사 1명 등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오른쪽 3곳과 왼쪽 5곳 수술을 진행했고, 400만원을 청구했지만 몇 달 뒤 211만원이 삭감됐다. 수술료 인정 금액은 58만원에 불과했다. 분노의 이의신청서를 쓰면서 이런 수술이 지속가능성이 있겠나? 누가 하겠나? 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은퇴한 시니어 소아전문외과계 의사를 고용해 수술 코드를 정비하고, 심사 업무를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신 보험위원은 "소아정형외과 환자는 중증도 분류가 제대로 안돼 있다. 분류 기준이 제대로 돼 있는지, 수술 코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며 "소아 의료 및 소아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혁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학술이사는 "소아이비인후과 분야에도 외이도 폐쇄증을 비롯한 선천성 희귀난치질환, 기도 협착 및 기관 절개술, 기도나 주요 혈관의 손상을 동반한 경부 외상, 심경부 감염 등 중증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전문분야가 있다"면서 "소아이비인후과는 저수가로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나는 과로 외면을 받고 있다. 빈도수가 낮은 선천성 감염질환은 정부 평가제도나 상급병원 지정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힘든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상실감 속에 소명감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소외되지 않고 형평성을 잃지 않게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미영 대한소아심장학회 보험이사는 "지속 가능한 소아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저빈도·고난도·고위험 소아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지역과 세부 전문의 가산이 필요하다"면서 "소아외과 분야에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 건강기본법을 제정하고, 어린이 가정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 심포지엄에 참석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이사, 이지연 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 보험이사. 현장에서 일하는 소아외계계열 전문의사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의협신문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회연합 심포지엄에 참석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이사, 이지연 대한소아청소년신경외과학회 보험이사. 현장에서 일하는 소아외계계열 전문의사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의협신문

패널토의자로 참여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전문의로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10년 간 일한 경험을 토대로 심포지엄에서 나온 소아청소년 외과계열 의사들의 고충에 공감했다.

이주영 의원은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이 여러 소아외과 관련 전문가들이 거의 절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절규는 소신껏 하고 싶은 진료를 하지 못한 채 진료 영역에서 밀려나는 것에 대한 소외다. 일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 보니 소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타 직종과 형평성 이야기만 하다보면 머지않아 멸종한다. 매우 시급한 문제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수가를 더 줄게가 아니라 의료 자체의 자율성을 좀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법적인 위험부담에 관해 추가적인 논의가 빨리 이루어져한다"고 소아외과계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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