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사직 전공의, 국감 등판 "정부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

침묵 깬 사직 전공의, 국감 등판 "정부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0.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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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수 의협 이사 "이 꼴 보고 누가 돌아가겠나…정부 내 태클거는 사람부터 빠져라"
블랙리스트 사건에는 "이 사태 아니었다면, 작성 의사와 나쁜 인연될 이유 없었다"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사직전공의 당사자 자격 참고인으로 출석, 사직 전공의들의 심경을 전했다. ⓒ의협신문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사직전공의 당사자 자격 참고인으로 출석, 사직 전공의들의 심경을 전했다. ⓒ의협신문

'의료 사태' 해결의 열쇠.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에 실망해 사직을 택했던 전공의 당사자가 국회 국정감사장에 등판했다.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현재 사직 전공의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임진수 이사는 현재 '전공의 지원'을 주요 업무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임진수 이사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보건복지위 간사) 질의에 "혹시 조금 길게 말씀드려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입을 뗐다.

"지난 8개월은 정부를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사직 전공의가 밝힌 첫 심경이었다.

임진수 이사는 "정부는 2014년·2020년 의정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의료개혁에 진심이라고 했다. '무언가가 있겠지, 정부의 원대한 계획이 있겠지'라며 믿고 싶었다"며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바보라고 한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다. 그래도 믿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세기에 환자를 실어 나르겠다', '카데바 수입하겠다', '전화를 할 수 있으면 경증' 등 의료계의 분노를 샀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발언과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나열하면서는 "정상적인 의대 교육을 받은 의사로서 어떻게 우릴 이렇게까지 모욕을 할 수 있는지 정말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이어진 대통령실의 '정정' 사건 역시 전공의들의 분노를 키웠다고 전했다.

임진수 이사는 "장관님이 이번에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말씀을 보면서 또 믿고 싶었다. 어떻게든 좋게 포장해서 행간에 담긴 진심을 읽어 보려고 노력했다"면서 "며칠 뒤에 대통령실 장상윤 수석님이 나와서 정정해 주셨다. 그냥 니들이 밖에 나와 있어서 안타까워서 미안하다고 한거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이젠 많이 체념했다"고 전했다.

"전공의들 중엔 이 꼴을 보고 '왜 돌아가야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정부는 의·정 합의를 무시하고 심지어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는 시도도 안에서 차단을 하고 있다. 논의체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음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정리했다.

"사직 전공의 선생님들은 이 나라에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가 됐을 때 전문가도 존중받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고, 의사로서 살아가는 게 보람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복귀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솔직히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정부 내부에서 태클을 거는 사람부터 좀 빠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전공의에 대한 조 장관의 사과를, 안타까움으로 부정한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경질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랙리스트 '명예의 전당' 임진수 이사 "이 사태 아니었다면, 나쁜 인연될 이유 없었다"

임진수 이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복귀 전공의 명단(블랙리스트) 명예의 전당 2위에 오른 바 있다. 1위는 모 의과대학 살인범으로, 현 사태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1위인 셈이다.

강선우 의원은 "주위에 피해자가 더 있느냐.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임 이사는 "저는 사실 의협 이사로서 전공의 지원 업무를 했다. 리스트를 작성한 선생님과 이 사태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면서 "이 사태가 아니었더라면 그 리스트를 작성한 선생님하고 저는 결코 나쁜 인연으로 이어질 이유가 전혀 없었던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교육부가 의학교육 6년제를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모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가장 최근에 의학교육을 받으신 분이시기도 해서 여쭤본다. 의학 관련된 교육을 6년제에서 5년제로 바꾸는 것 관련된 얘기들이 계속 나온다.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임진수 이사는 "교육부장관의 배임해위라고 생각한다. 의료계와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여지껏 버텨 오다가 의료계와 교육계, 나아가 이공계 미래까지 작살을 내놓고 이제 와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의대 5년제라는 게 굉장히 개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치대·약대·수의대도 6년인데, 의사를 양성하는 데 5년 만에 교육을 하겠다는 게 사실 굉장히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다. 의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 아닌가…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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