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선언부터 승인까지 8개월 '결정적 장면'

의대생 휴학 선언부터 승인까지 8개월 '결정적 장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10.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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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휴학사태 타임라인] 무더기 '유급-제적 위기' 일단락
의료계 "대화 위한 단초" 여론 작업 주효...종교계도 힘 보태
휴학 불가→조건부 휴학→자율 허용, 정부 첫 태도 변화 주목

ⓒ의협신문
ⓒ의협신문

교육부가 의대생 휴학 승인을 사실상 전면 허용키로 하면서, 8개월 가량 이어져왔던 대규모 '휴학 보류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로써 의대생 무더기 유급, 제적 가능성도 피하게 됐다. 

휴학 승인이 곧 교육 정상화나 의대생 현장 복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학계는 학생들의 요구대로 휴학계를 승인하는 일이 추후 의대생들의 복귀를 지원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학계 제출부터 승인까지는, 무려 8개월이 걸렸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설득과 요구가 여론을 움직이면서, "휴학은 권리가 아니며, 동맹휴학은 휴학이 아니"라며 고집스레 버티던 정부의 갑옷을 뚫었다.

40개 의대(의전원)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선언하며, 무더기 휴학계를 제출한 것은 지난 2월 21일. 정부가 2025년 2000명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의대정원 1만명을 늘리겠다고 일방적인 발표를 내놓은 지, 딱 보름이 되던 시점이었다.

40개 의과대학 1만 3000명의 의대생들은 정부의 근거없는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에 반발, "의학도로서의 길을 잠시 멈추고 휴학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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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의과대학 휴학 결의문 ⓒ의협신문

의대생들의 대규모 휴학선언에도 정부는 의대증원 시계를 돌렸다. 

3월 5일 보건복지부의 40개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20일에는 교육부가 이를 근거로 내년도 의대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했고, 5월 31일 대입전형 시행계획 세부내용 공고를 끝으로, 내년도 의대증원을 위한 모든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의대생 복귀에 눈을 돌린 정부는 7월 '의대생 유급방지, 휴학 승인 불가'를 골자로 하는 의대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휴학계를 내놓은 의대생은 유급도, 휴학도 불가하다는 게 골자다.

의료계는 반헌법적인 조치라며 반발했으나, 정부는 "동맹휴학은 휴학이 아니"라며, 의대생 휴학승인은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사이 치러진 의사국시는 응시대상자 90%가 미응시해 파행으로 끝났고, 9월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강의실은 여전히 텅 빈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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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협신문

정체돼있던 대치 전선에 균열을 낸 것은 서울의대다. 

서울의대는 지난 9월 30일 의대생들이 낸 1학기 휴학계를 승인했다. 40개 의과대학 가운데 첫 사례다. 교육부는 이를 의과대학의 독단적 부당행위로 규정하면서, 서울의대를 상대로 즉각 대규모 현지감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후 각 대학 휴학승인 요구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10월 6일 추가 대책안을 내놓는다. 이른바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으로 의대생 휴학계 '조건부/제한적 허용'이 그 골자다.

당시에도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인정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유지한 채 ▲2025학년도 1학기 복귀 전제 ▲미복귀시 유급 및 제적 등을 의대생 휴학계 처리의 조건으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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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감사 중 밀담 나누는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사진 왼쪽)과 오석환 교육부 차관 ⓒ의협신문

그러던 중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돌연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또 다른 반전을 맞이했다. 

의료계 다수의 반대여론 속에서도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선언한 의학회와 KAMC는 '의대생 휴학계 대학 자율 허가' 등을 협의체 발족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여론을 흔들었다. 

교육부는 이들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환영한다면서도, 양 단체가 협의체 발족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의대생의 휴학승인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이어진 여론 변화와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때 마침 이뤄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원들은 정부의 불통을 규탄하면서, 여야의정협의체 운영 등 의정대화 재개를 위해 의대생 휴학계 자율 허가 등 의료계의 요청사항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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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와 만나 장기화되는 의료사태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의협신문

의료계를 만난, 종교지도자들도 중재에 나서면서 힘을 보탰다.

대한불교조계종·한국기독교총연합회·원불교·유교·천도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28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간 대승적 화합을 요청했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안으로 "의대생 휴학계 처리 문제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의대정원은 2026년부터 원점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2025년 정원도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도 이런 여론들이 입장선회의 배경이 되었음을 부인치 않았다.

교육부는 29일 "의대생 개인적 사유에 의한 휴학신청은 대학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학회와 KAMC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입장문,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의 건의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의정갈등 중재안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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