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영장 허용 범위 넘어…조력받을 권리도 침해"
이동필 변호사 "유사한 사례 있다면, 당당히 권리 주장하길"
올해 초 전공의 사직 교사 혐의로 경찰이 대한의사협회 포함 대대적인 의료계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변호인과 주고받은 문답서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계를 향한 정부의 무리한 수사 압박을 보여준 사례여서 주목된다.
신기택 강원도의사회 총무이사(당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는 올해 3월 21일 서울경찰청 사법경찰관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투쟁 로드맵 등 전공의 단체행동과 관련한 일정·행동지침 등을 계획·추진·배포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자료 ▲전공의 단체행동 관련 의사소통·연락·협의·소통·논의·계획·추진 자료가 압수 대상으로 적혀 있었다.
문제는 압수 수색 과정에서, 신기택 총무이사가 변호인과 주고 받은 문서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변호인이 작성한 예상 질문과 답변, 변호인의 자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1월 28일 이런한 압수 수색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허용한 압수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변호인과 참고인 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는 영장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해당 변호인 문답서에 '투쟁 로드맵 작성 경위' 등 예쌍 질문과 답변이 포함돼 있지만, 압수 대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압수·수색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영장주의의 원칙상 압수·수색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 강제처분을 허용하는 일반영장은 금지된다"며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에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해당 문서가 변호인의 자문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의뢰인·변호인 사이의 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짚었다.
법원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의뢰인·변호인 사이의 비밀에 대한 압수·수색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택 총무이사의 변호를 맡았던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경찰조사 대비 문답서가 압수됐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침해라면서 경찰에 반환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 압수 취소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동필 변호사는 "신기택 의뢰인은 이번 사례가 유사한 상황을 겪은 다른 의료인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공개를 결심했다"고 전하며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면 당당하게 피의자의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