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 검사' 집중심사 논란 "관치의료가 대한민국 망친다"

'다종 검사' 집중심사 논란 "관치의료가 대한민국 망친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5.01.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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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복합질환자 늘어나는데 무조건 15종 이내로 검사하라? 비현실적"

ⓒ의협신문
주수호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기호 3번) ⓒ의협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다종 검사'에 대한 선별집중심사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수호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기호 3번)가 "심사라는 가면을 쓰고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삭감과 관치의료 현실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 후보는 1일 입장문을 내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노인 환자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대표되는 만성 질환들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짚고 "복합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 등을 판별하려면 15종 이내로 이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관치의료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주 후보는 "대한민국은 건강보험이라는 단 하나의 보험만이 존재하고, 심사도 심평원이라는 사실상의 국가기관 한 곳에서만 담당한다"면서 "외국과 달리 심평원은 견제나 경쟁의 대상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으로, 심평원은 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부의 사주를 받아 마구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 분야는 제대로 된 이해와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설계가 동반되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는 정책 결과가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더욱 커지며 그 피해는 결국 환자, 즉 국민이 입게 된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생각이 있는 정부라면, 지금과 같은 의료에 대한 강압적인 행태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사라는 가면을 쓰고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삭감과 관치의료 현실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와 단일공보험제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헌적인 의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를 사회주의 국가의 사법부인지 의심스럽게 공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이를 수용한 국민의 결정. 그리고 재산권과 의료 자율권을 침해당했지만 박리다매 의료와 비급여 의료를 통해 저항보다는 적응을 선택했던 의료계의 결정. 이러한 결정들이 모였기에 지금의 위헌적인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의료 이용이 폭증하고, 폭증하는 의료 이용을 의료기관들이 과도한 업무량을 통해서 소화해 내기 시작하자 정부는 건강보험이라는 단일공보험제로 운영되는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분명히 보장률도 낮고 수가도 낮게 유지하고 있음에도, 폭증하는 의료비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의료비 증가를 막아야 했다. 그런데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 이용을 제한하면, 국민적 반발로 여론이 악화되어 정치적으로 곤란해지기 때문에 이 방법은 선택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는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스스로 의료 행위를 제한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방법이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심사를 통한 급여 삭감이었다.

일부 의료기관들의 비윤리적 의료 행위나 교과서적으로도 맞지 않는 과잉 의료를 막기 위해서 의료 보험에서 적절한 제어 시스템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의료 보험 제도를 유지하는 여러 의료 선진국 중 의료 행위의 타당성을 심사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타 국가들은 다양한 보험자와 다양한 심사 기관 및 심사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건강보험이라는 단 하나의 보험만이 존재하고, 공공과 민간 의료기관 모두가 법령에 의해 이 건강보험에 강제로 묶여 있기에 심사도 심평원이라는 사실상의 국가기관 한 곳에서만 담당한다. 즉, 심사의 측면에서 보면 외국과 달리 심평원은 견제나 경쟁의 대상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심평원은 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정부의 사주를 받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지난 12월 27일 심평원은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을 공개했다. 선별집중심사는 2007년부터 매년 대상 항목을 정해서 해오고 있던 제도로, 제도의 취지는 진료경향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선정해 이를 바르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빈도 처방이나 건강보험 재정에 위협이 되는 처방 패턴을 삭감을 통해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견제나 경쟁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심평원이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으로 지정하면, 어차피 무수한 삭감으로 인해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의료기관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 항목의 처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별집중심사의 목적이 의료 행위의 통제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의료 자율성을 침해하는 이러한 정책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들은 그나마 삭감 기준도 비교적 명확하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항목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15종 이상의 검사 시행을 의미하는 '검사 다종' 항목이 병원과 의원급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심평원이 밝힌 항목별 집중심사 대상 및 심사 기준을 보면, 검사 15종 이상에 대해서 집중심사를 한다고만 되어 있고 명확한 심사 기준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노인 환자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대표되는 만성 질환들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노인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에, 대부분 집 근처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제를 투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복합적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합병증 여부 등을 판별하려면 검사의 종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필수적인 검사인 일반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신장 기능검사, 요 화학 검사, 염증 반응 검사 등을 하고, 여기에 각 질환별로 꼭 확인해야 하는 검사들까지 추가한다고 생각했을 때, 15종 이내로 이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와 심평원은 노인성 질환을 비롯한 만성 질환의 관리를 중소병원과 의원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해당 의료기관들이 질환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의료 행위도 재정 절감을 위해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불필요한 검사를 과잉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료기관에서는 대부분 반드시 필요한 검사이기에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사법부에서는 검사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형사 처벌을 내리거나 과도한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사법부의 강제에 의해서라도 검사를 다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렇듯 모순된 정책을 남발하고, 의료기관을 강압적으로 누르려고만 하는 이유는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는 제대로 된 이해와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설계가 동반되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는 정책 결과가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 즉 국민이 입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생각이 있는 정부라면, 지금과 같은 의료에 대한 강압적인 행태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

정부의 의료에 대한 강압이 심해지면 질수록, 이는 정부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어한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이번 2025년 선별집중심사 항목 발표처럼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모순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의 붕괴는 임박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는 심사라는 가면을 쓰고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삭감과 관치의료 현실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지금이라도 시스템 붕괴를 막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새롭게 탄생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심평원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반대만 하는 실망스러운 대응만 해서는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에 새 의협 집행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철폐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도구로 악용하는 비의학적이고 반자유적인 현 의료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선도할 것이다.

2025년 1월 1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
기호 3번 주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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