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정신건강 살피는 AI 나왔다

감정노동자 정신건강 살피는 AI 나왔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5.02.11 14:2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정적 작업 부하 장시간 노출 땐 심각한 정신적·심리적·신체적 문제 발생 
감정노동 환경 개선·정신건강 관리 혁신 기대…"모바일 앱 연계 실증 추진"
한·미 공동 연구진, 센서 데이터 기반 감정 작업 부하 실시간 측정모델 개발

■ 감정노동 상황에서의 작업 부하 통합모델
■ 감정노동 상황에서의 작업 부하 통합모델

감정노동자들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이런 감정적 작업 부하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각한 정신적·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및 소화기계 질환 등 신체적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미국 공동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활용 근로자의 감정적 작업 부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의진 KAIST 전산학부 교수, 박은지 중앙대 교수, 감정노동 분야 석학인 제임스 디펜도프 미국 애크런대 교수는 다학제 연구팀을 구성해 노동자들의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으로 추정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근로자가 감정적 작업 부하가 높은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87%의 정확도로 구분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설문이나 인터뷰 같은 주관적인 자기 보고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도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콜센터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가 필요한 다양한 직종에 적용할 수 있어 감정노동자들의 장기적인 정신건강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감정노동 연구는 사무실에서 주로 컴퓨터를 사용해 서류 업무를 다루는 직장인의 인지적 작업 부하(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를 다뤘으며,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작업 부하를 추정하는 연구는 전무했다.

■ 감정적 작업 부하 개념과 데이터 수집 시나리오.
■ 감정적 작업 부하 개념과 데이터 수집 시나리오.

감정노동자들의 감정적 작업 부하는 고용주로부터 요구되는 정서 표현 규칙과 관련이 깊다. 특히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제하고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노동자의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기존 감정-탐지 인공지능 모델들은 주로 인간의 감정이 표정이나 목소리에 명백하게 드러나는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친절한 응대를 강요받는 감정노동자들의 내적인 감정 작업 부하를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모델 개발에는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고품질 상담 시나리오 데이터셋 구축이 필수적이어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고객상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일반적인 콜센터 고객 응대 시나리오를 개발해 31명의 상담사로부터 음성, 행동, 생체신호 등 다중 모달 센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해 고객과 상담사의 음성 데이터로부터 총 176개 음성특징을 추출했다. 음성 신호 처리를 통해 시간, 주파수, 음조 등 다양한 종류의 음성 특징을 추출하고, 대화 내용은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치 않았다. 정서 표현 규칙으로 인한 상담사의 억제된 감정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상담사로부터 수집된 생체신호로부터 추가적인 특징을 추출했다. 

■ 전체 연구 수행 과정
■ 전체 연구 수행 과정

피부의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피부전도도(EDA·Electrodermal activity) 13개 특징, 뇌의 전기적 활성도를 측정하는 뇌파(EEG·Electroencephalogram) 20개 특징,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7개 특징, 그 외 몸의 움직임, 체온 데이터로부터 12개의 특징을 추출했다. 이에 따라 총 228개의 특징을 9종의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해 성능 비교 평가를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은 상담사가 감정적 작업 부하가 높은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87%의 정확도로 구분해 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감정-탐지 모델에서 대상의 목소리가 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감정노동 상황에서는 상담사의 목소리가 포함될 경우 오히려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외에 고객의 목소리, 상담사의 피부 전도도 및 체온이 모델 성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특징으로 밝혀졌다.
 
이의진 교수는 "감정적 작업 부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감정노동의 직무 환경 개선과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라면서 "개발된 기술을 감정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연계해 실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분야 학술지인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 지난해 9월호에 게재됐다. 이와 함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학술대회인 'ACM UbiComp 2024'에서 발표됐다. 논문제목은 'Hide-and-seek: Detecting Workers' Emotional Workload in Emotional Labor Contexts Using Multimodal Sensing'(https://doi.org/10.1145/3678593).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