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 공부하는 의대생도…'2년 휴학' 각오
필수의료패키지 가장 분노, "속 보인 보여주기식 정책"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로 '의대생'을 꼽는다. 의료사태로 인해 돌려받지 못하는 등록금, 자취 월세 등 금전적인 이유에서부터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담보되지 않는 교육 환경과 늦어지는 졸업과 수련 등 미래 계획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신문]은 수도권과 강원권, 경상권 등에 위치한 의대를 다니고 있는 예과생과 본과생 등 4명을 만나 블라인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의 생활, 앞으로의 계획, 복학 조건, 의료계 및 정부에 바라는점 등에 대한 의대생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대생들 만나다① '언제'까지 휴학할꺼니?
의대생들 만나다② '어떻게'하면 복학할꺼니?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의대생들은 미래 의사로서 흉부외과, 정신건강의학과, 필수의료분야 대학교수, 수술하는 외과전문의 등의 꿈을 좇아 가고있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들은 지난 1년의 기간을 애써 '기회'로 생각했다. 학교 공부에 쫓겨 관심을 둘 수 없었던 보건의료정책을 깊이 볼 수도 있었고, 학교 밖에서 각종 아르바이트와 여행, 운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대생A(경상권 의대): 의대 외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녹아들어 간 것이 오랜만이었다. 색다로웠다. 영화관과 카페,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았다.
휴학하면서 현 사태에 걱정도 있었지만 나의 일신에 대한 걱정보다 의료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매일 저녁 그날 있었던 의료계 뉴스를 팔로업 하며 보건의료정책을 공부해왔다.
의대생B(수도권 의대): 일반적으로 의대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휴학을 하는 경우가 없다. 이번 휴학이 의사로서의 미래를, 또는 학과공부에 매몰되어 미처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장점을 깊게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타 과의 경우 졸업 전에 한번 휴학을 하면서 본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들었다.
다만, 학생 신분으로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마음 한편에는 있었다고 고백도 했다.
의대생C(강원권 의대): 최대한 시간을 알차게 써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언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된 것은 사실이다.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며 다시 마음을 다 잡곤했다.
의대생D(경상권 의대): 의료분야 스타트업에서 우연찮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지만, 현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많다.
인터뷰에 응한 의대생들 모두 휴학을 선택한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동맹휴학이 아닌 자발적인 휴학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의대생C: 사실 '예과생' 신분이다. 등록금 보전이 안되는 학년인만큼 단순히 친구들이 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우리 학년의 경우 휴학을 할 수 없어 '수업거부' 형태로 모두 유급처리 됐다. 실습을 돌고 수련을 할 때 그리고 전문의로서 일을 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고민해보고 내린 결정이다.
우리 학년의 경우 처음부터 휴학에 동참하겠다고 100% 나서지 않았다.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3월이 되서야 모두가 휴학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
의대생D: 값싸고 질 좋고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한 우리나라 의료가 실은 전공의의 희생과 원가 이하의 수가, 과도한 의료이용, 형사처벌 부담으로 점철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재의 비합리성에 저항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발적으로 투표한 결과 전부의 학생이 휴학을 결의했다. 휴학의 시작에는 각자의 신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신념과 의지에 따라 휴학을 진행한만큼 의대생들의 휴학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들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 의료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학교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경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2년은 공부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휴학을 결정했다는 속마음과 '의대생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휴학한다'는 의지도 전했다.
의대생A: 대한민국 의료현장을 구해내기 위한 큰 대의에서 시작된 투쟁이다. 2년은 당연히 감내할 생각이다. 투쟁의 기간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쉬면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치밀하게 공부하고 싶다.
의대생C: 2년을 휴학하고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은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평생 의사로서 일하게 될 미래까지 길게보고 한 결정이다.
의대생B: 투쟁 자체가 배움이라는 생각한다. 시간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보내는 사람의 나름이다. 임상과 기초의학을 공부해도 구조적 문제 때문에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수행하지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올바른 보건의료정책과 향후 수년간 걸어갈 의사로서의 진로에 심도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휴학을 결정한 의대생들은 '필수의료패키지'를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정부 정책이라고 꼽았다. 가치기반지불제도, 의료 수가 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파고들며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대생B: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패키지에는 의료에 대한 국민과 사법체계의 '인식'을 바꿀 생각없이 제한된 수가를 돌려막기하고 소송리스크가 있다면 소송금액을 지원해주겠으니 감수하는 내용으로 점철됐다. 결국 돈의 문제를 끌고 오면서 한편으로는 '의사는 배부른 특권층이니 돈을 뱉어내 한다'고 말한다 속이 너무 뻔히 보인다.
이미 고착화된 인식을 어떻게 바꾸겠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악마 의사' 또한 누군가가 고착화시킨 인식아닌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1년 의료개혁 광고에만 한달에 10억원씩 쏟아부었다고 들었다.
의대생A: 필수의료패키지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구체적 대안없이 말로만 하겠다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 추진이다.
필수의료패키지 내용 중에서도 대안적 지불제도, 가치기반지불제도를 보고 가장 분노했다. 결국 치료 성과가 좋지않은 중환자,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중환자를 병원에서 치료하지말라고 정부가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의대생D: 필수의료패키지가 정부의 유화책인줄 알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지는 정책일 뿐이었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전공의 선배들과 이야기해봤다. 응급의료수가, 의료사고 법적 안전망 등 의료현장에서는 너무 제한적이고 의미없는 정책이라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의대생C: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투쟁에 강경 입장으로 변했다. 내가 생각한 의사로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의대 증원도 증원이지만 필수의료패키지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떄 미래에 의사로서, 그리고 환자로서 겪을 수도 있는 피해들이 직접적으로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