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사직 전공의 왜? "군대 간다는 전공의 막지 말라"

거리로 나선 사직 전공의 왜? "군대 간다는 전공의 막지 말라"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2.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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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날씨 뚫고 국방부 앞에 모인 사직 전공의들 "뒤통수 맞았다"
정부 행정 모순 지적하며 "끝까지 싸우며 행동하겠다" 한목소리

ⓒ의협신문
22일 오후 국방부 앞에는 100여명의 사직 전공의가 모였다. ⓒ의협신문

'군대 간다는 전공의, 정부는 막지 마라!' 

정부가 의무장교 선발 시기를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훈령 개정에 나서자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22일 오후 국방부 앞에는 100여명의 사직 전공의가 영하의 추위를 뚫고 모였다. 이들 모두 한 명의 사직 전공의로서 지난해 2월부터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 정책의 부당함, 최근에는 국방부 정책의 모순을 규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 

집회의 중심에는 경기도 성남시의사회 소속 송하윤 정책이사가 있었다. 송 이사도 분당제생병원에서 수련을 받다가 지난해 2월 사직한 사직 전공의다.

#전공의 분노 부른 국방부의 '훈령' 개정 꼼수

이들은 의무장교 선발시기를 국방부가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령 개정안 철회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의무 수의 장교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 6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 중 초과 인원에 대해 '현역 미선발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의무장교 선발시기를 국방부가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병적이 관리된다. 수련 받는 의료기관에서 퇴직하면 병역법에 의거해 의무사관후보생 입영대상자가 돼 퇴직 직후 의무장교로 입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공의는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때 의무사관후보생으로 국방의 의무를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쓴다.

올해는 33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가 의무장교로 입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국방부는 훈령 개정을 통해 입영시기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사직 전공의는 최대 4년까지 군대를 가지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방부는 여기에 더해 최근 '의무사관후보생 입영 의향 조사'를 실시하면서 입영을 1~4년 대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받았음을 확인한다는 답을 하도록 했다. 사실상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훈령에 대해 의무사관후보생 동의를 얻었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조치인 셈. 국방부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 답한 의무사관후보생은 150명 정도다.

ⓒ의협신문
집회를 기획한 송하윤 성남시의사회 정책이사 ⓒ의협신문

#미필 사직 전공의의 요구사항은?

집회를 기획한 송하윤 정책이사는 "전공의가 집단 사직을 하자 정부는 사직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사직서가 수리됐고 법적으로 미필 사직 전공의는 올해 군대에 가야한다"라며 "정부는 또 말을 바꿨습니다. 미필 사직 전공의가 입대를 하면 군인 숫자 조절이 어렵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직하면 바로 군대를 가야 한다는 서류에 사인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사직해도 바로 군대에 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다"라며 "잘못된 정책을 사과하고 시정하는 게 아니라 최종 결곽 나올 때까지 밀어 붙이고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남 탓을 하고 있다. 미필 사직 전공의 입대를 불법적으로 막으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 및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침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며 행동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집회에 참석한 사직 전공의들도 이에 호응하며 '훈령개정 소급적용, 헌법가치 훼손된다', '입대연기 중단하라, 평등권을 보장하라', '지방의료 붕괴한다, 공보의를 충원하라'고 외쳤다.

자유발언에 나선 사직 전공의 정영욱 씨(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사직)는 실제 자신이 받은 입영 통지서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 씨는 지난해 6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의무사관후보생 수련 중단 처리결과 알림' 문서를 우편으로 직접 받았다. 알림 서류에는 '2025년에 입영하시게 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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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을 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 정영욱 씨 ⓒ의협신문

정 씨는 "정부의 공식 문서를 신뢰하고 인생을 설계했는데 입영이 한 달 남은 시점에 돌연 입영이 보장되지 않으며 최대 4년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라며 "병무청 담당자는 통상적인 안내문일 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 일부 전공의는 2025년 입영이라는 문구도 빠져 있었다"고 경험을 꺼내 정부의 모순을 이야기했다.

그는 "국민은 누구를 믿고 인생을 설계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려는 과정에서 국가의 잘못된 행정으로 경제적, 법적 피해를 입었다. 4년 전 의무사관후보생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국가를 믿고 법을 믿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토로했다. "절대 의무사관 후보생 서약서를 작성하지 말라"라며 "국가는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고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인 임종찬 씨는 "3년 전에 작성한 동의서를 지금 와서 족쇄 삼아 기본권을 침해하고 탄압하고 있다"라며 "그 바탕에는 공익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해도 된다는 전체주의적인 발상을 앞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져야 할 의무를 피하려는 게 아니다. 의무 수행함에 권리를 보장받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자리에 모인 사직 전공의의 요구는 ▲훈령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기존 훈령 준수, 훈령을 소급 적용하는 입영 대기 방침 즉각 철회 ▲필수의료 강화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낡은 수련제도 개혁 등 세 가지다.

송하윤 이사는 "의무장교 초과 인원이 발생하면 입영 대기자가 아니라 공중보건의나 병역판정검사 의사 등 보충역으로 배정하는 게 국방부 훈령"이라며 "이를 변경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기존 서약서를 기준으로 보충역 입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훈령을 적용하려면 기존 서약서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에도 "낡은 수련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 이사는 "복무를 마친 전공의가 계속 수련을 받고 싶다면 티오와 상관없이 기존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라며 "정당한 법적 절차와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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