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행동하는 용기 필요, "믿고 따르겠다"
의협 존재 몰랐던 의대생도…"학생 의견 담아달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로 '의대생'을 꼽는다. 의료사태로 인해 돌려받지 못하는 등록금, 자취 월세 등 금전적인 이유에서부터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담보되지 않는 교육 환경과 늦어지는 졸업과 수련 등 미래 계획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신문]은 수도권과 강원권, 경상권 등에 위치한 의대를 다니고 있는 예과생과 본과생 등 4명을 만나 블라인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의 생활, 앞으로의 계획, 복학 조건, 의료계 및 정부에 바라는점 등에 대한 의대생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대생들 만나다① '언제'까지 휴학할꺼니?
의대생들 만나다② 어떻게 하면 '복학'할꺼니?
의대생들 만나다 외전 '대한의사협회', 어떻게 생각하니?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학교 공부에만 전념했던 의대생들은 그동안 큰 관심이 없었던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대한의사협회의 행보에도 눈길을 돌렸다. 의협의 존재 유무를 의료 사태 발생 이후 처음 알게된 의대생도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의대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은 00년생이었다. 'MZ는 참지 않지'라는 말이 있듯이 인터뷰에 응한 의대생들은 의료 사태에서 대한의사협회의 대응에 대한 생각을 묻자 Z세대답게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때론 대국민 설득이 너무 서툴렀던 나머지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의료계의 공든탑을 오히려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는 적나라한 평가도 나왔다. 새로 출범한 의협 집행부에는 기대감을 보이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함께 제시했다.
의대생B(강원권 의대): 지난해 대한의사협회라는 조직을 처음 알게 됐다. 의사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고 현업에 있는 선배의사들이니까 의대생이 외치는 목소리가 작을 때 그 목소리를 국민과 정부에 들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의협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이 목소리를 키워내 외부로 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현재 의대정원 증원 문제만 대두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내용이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분명 문제가 있어 이를 백지화해야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의대생C(경상권 의대): 대한의사협회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 때로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계속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말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비난을 받을지언정 결과적으로 의료계에 이득이 된다면 과감하게 행동을 취하는 용기가 의료계의 종주단체인 의협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의대생 개인으로 의협이 향후 내리는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선 동의하겠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에 재평가를 하겠다. 의협의 정무적 판단과 직관을 믿겠다.
의대생A(경상권 의대): 새로운 의협 집행부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요직에 배치한 것으로 안다.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의협이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 기구를 수립하는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처럼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기구에 의사가 과반 이상이어야 한다. 현 의료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한 때 의협 대표자의 과격한 발언 등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과 의사 사이에 더욱 거리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부분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국민이 최대한 잘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현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의대생D(수도권 의대): 법적으로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의협이다. 그러나 작년에는 일부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의사 악마화에 일부 기여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까지 했다. 투쟁을 하는데 의협을 바라보고 있으면 대국민 설득이 너무 서투르다는 느낌을 받아, 투쟁을 하면서도 힘이 빠진 적도 있었다.
올해는 기대해본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집행부에 합류한 만큼 우리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