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휴학 불허' 엄포에 한숨이 나는 이유

교육부의 '휴학 불허' 엄포에 한숨이 나는 이유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5.03.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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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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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의과대학 대부분이 미뤘던 학사일정을 개시했지만 의과대학 강의실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강행에 반발해 강의실을 떠난 2024학번 의대생들의 90% 이상이 복귀하지 않았고 올해 4558명의 2025학번 신입 의대생들도 선배들의 휴학에 동참할 분위기다. 

2024학번의 미복귀와 2025학번의 휴학이 현실화하고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2026년에는 1만 2000여 명의 의대생이 예과 1학년 과정을 함께 이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되며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교육부의 판단력을 무너뜨린 걸까. 교육부가 녹슨 칼을 또다시 꺼내들었다. 2025학번들에게는 휴학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김홍순 의대교육지원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미 의대정원 증원을 알고 입학한 2025학번들에게는 수업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수업을 거부하는 2025학번들에게는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런 행태를 또 목격하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난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4학번들이 휴학에 나섰을 때도 대학 총장들을 압박해 휴학 승인을 거부하도록 했다. 그러나 유급 위기로 내몰린 휴학생들은 오히려 휴학을 연기하며 맞섰다. 결국 교육부는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허울뿐인 사유서를 받고 대학총장들이 휴학을 승인하도록 해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엄포를 또 들고 나와 의대생들의 화를 돋운 것이다. 정말 이런 엄포가 휴학생들을 복귀시키고 신입 의대생들의 휴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아니면 휴학 불허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들 모두를 유급이라도 시켜 이미 대혼란에 빠진 의학교육 현장을 기어코 붕괴시키겠다는 것인가.   

교육부는 실추된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을 토대로 의대정원 강행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수도 없이 공언했다. 의대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2024학번이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2000명이 증원 2025학번과 함께 교육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시설과 인력, 장비를 준비할 것이라며 복귀를 종용했지만, 아직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신뢰는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신뢰가 없는 상대를 협박해 신뢰를 얻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의대생 신뢰 회복에 역행하는 행태를 당장 멈추고 의대교육을 정상화할 구체적인 방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정상화 방안을 믿고 휴학 또는 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의대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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