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 의협 한특위위원장 일침..."한방의료기 개발해 쓰면 될 일"
오진 책임은 외면? 과잉진료도 우려...복지부 유권해석 신중 당부

"한의계가 현대의학을 기초로 개발된 초음파, 엑스레이, CT 등을 환자 진단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한방의료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박상호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한특위 위원장)이 최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공식화하는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박 한특위 위원장은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도때도 없이 반복되는 한의계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가 오진과 과잉진료를 유발해 환자에게 입힐 신체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박 위원장은 먼저 한의협의 기자회견 직후 의협이 발표한 성명 문구를 곱씹었다.
"한의계가 지난 1월 17일 수원지법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골밀도 측정기'를 진단보조 수단으로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 판결한 것을 빌미로, 법원이 모든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한한의사협회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엑스레이를 진단에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놓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어 한의협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의협이 한의사의 초음파, 엑스레이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법원이 허용했다고 주장하는 판결들은 한의사들이 한방 원리에 의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활용한 사례가 아니고 단순히 보조수단으로 활용한 특정 사례들에 대한 판결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의협이 해당 판결들을 근거로 한의사가 모든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의료계와 한의계 간 이런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의료이원화 체제를 지목했다.
"의사는 의과대학과 수련을 통해 현대의학 익히고 그를 기반으로 쌓은 진료경험을 토대로 진단과 치료를 하고, 한의사는 한의과대학에서 전통의학 원리를 배워 그를 기반으로 진단과 치료를 한다"고 전제한 박 위원장은 "그런데도 한의사들이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정한 규정을 왜곡하는 주장하는 사례가 느는 것은 한의사들이 스스로 전통의학인 한방 의료행위가 진단과 치료에서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의-한갈등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는 일본식 체제를 제안했다.
"세계적으로 한의사(중의사) 면허를 인정하는 나라는 중국, 대만, 한국 정도이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한의학을 보조치료 수단으로 활용할 뿐 공식적 의료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상기시킨 박 위원장은 "한의과대학이 없는 일본에서는 의사가 특정 한방 의료행위에 대한 필요한 정도의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받아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 목적은 한방의 현대화라고 본다"면서 "그게 목적이고 목표라면 일본처럼 의료일원화를 해서 의사가 한방 치료 강의를 일정시간 받고 연수를 한 후에 한의사 자격증을 주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의사들도 의과대학에서 구강학을 배우지만 치과 치료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처럼 한의사보다 해부학 지식이 더 많은 안경사들이 안과 진단과 처방을 하겠다고 하지 않고, 방사선사 역시 영상의학 진단과 처방권을 요구하지 않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의계가 한의대 교과과목이 의과대학과 75% 겹친다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할 능력과 자격을 갖췄다고 주장하는데, 의과대학과는 배우는 깊이와 방법이 다르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의사들이 염좌 치료를 위해 먼저 골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불편과 비용을 줄인다는 주장에 반박하고 그러한 주장의 위험성도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만일 골절인 환자가 한의원을 먼저 찾았다가 치료를 할 수 없어 병의원을 다시 찾아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처음부터 병의원을 찾아 골절을 진단받고 바로 수술한 경우와 비교해 환자 불편과 비용적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통해 골절 환자를 골절이 아니라고 판단해 한방 물리치료만 했는데 골수염, 골수암이어서 중증위해가 발생했다면 이 오진에 형사처벌을 포함한 법적 책임을 한의사들이 질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엑스레이, 초음파, CT 등 현대의료기기는 현대의학에 기초해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한의사들도 한방 원리에 기초해 의료기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맞다"면서 "음양오행이나 기의 조합 문제를 진단 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료인 직역 간 갈등 발생 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화두로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법적으로 허용된 업무범위 외 의료행위를 하지 말라는 원칙에 따라 의사는 현대의학 원리에 맞게 진찰과 치료를 하고 한방은 한방 원리에 맞게 진찰과 치료를 하는 것이 의료의 원칙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면서 "한의사들도 이런 체계와 원칙 잘 유지해서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편 최근 한의협의 요구로 보건복지부가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박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은 법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혹여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빌미로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이라고 판단해 현대의학 침해행위를 하려 한다면 유권해석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후속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