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특사경 회의록 보니 "피해자가 수사하는 격…문제 크다"

공단 특사경 회의록 보니 "피해자가 수사하는 격…문제 크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5.03.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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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법무부 차관 "수사와 정보 분리 공정성에도 문제있어"
비공무원 특사경 사례 4곳 모두 '행정 권한' 있지만 공단 '없어'
박범계 위원장 "속전속결 수사 된다면 인권 침해 소지가 큰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는 2월 24일 공단 특사경법 7건을 안건으로 올려 심사한 결과, 법안을 '계속심사'키로 했다. ⓒ의협신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는 2월 24일 공단 특사경법 7건을 안건으로 올려 심사한 결과, 법안을 '계속심사'키로 했다.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공단 특사경법'이 법안소위에서 계류된 가운데 심사 과정에서 공단 특사경법이 수사 기본 원칙에 맞지 않고,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법안 내용자체가 지닌 오류가 지적된 것이어서 이른 시일 내 문제점을 해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는 2월 24일 공단 특사경법 7건을 안건으로 올려 심사한 결과, 법안을 '계속심사'키로 했다. 해당 법안은 의료인·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발 중인 것으로, 심사 일정이 공지된 이후 의료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3월달에 공개된 법안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공단 특사경법이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고 수사 기본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사를 하겠다는 영역은 이른바 사무장병원, 사무장약국이다. 형식적으로는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기범죄가 된다"며 "사기범죄가 되면 보험공단, 관리공단을 피해자로 한 사기범죄가 되는 거다. 재산 범죄의 피해자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도 굉장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국회 법사위 위원) 역시 "피해자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부분은 수사 절차에 있어서 굉장히 공정성을 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특사경을 만들어 놓으면 아무래도 실적을 위한 과잉수사 논란이 있을 수가 있다"고 짚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모두 관리하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수사와 정보의 분리'라는 수사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비공무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사례와 비교해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비공무원에 대한 특사경 권한 부여 사례는 선장·기장,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임직원, 민영교도소장, 금감원 네 군데로 이들은 모두 감독·단속의 행정권한이 있는 기관이다. 반면 공단은 행정권한이 없어 수사권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김석우 차관은 "비공무원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관리감독권이 있어서 거기서 수사권까지 가능한 논리의 확장이 가능하다. 공단은 이러한 행정 권한이 없다"고 짚었다.

사무장병원이 사실상 별도의 수사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말했다.

김석우 차관은 "기본적으로 아주 나이 든 의사를 고용한다거나 자주 그 의사가 교체가 된다거나 하는 등등 몇 가지 요소를 놓고 수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건에 대해서 전문성이 아주 긴요하게 요구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개정안에서 약사법 위반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는 데, 이는 보건복지부조차도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특사경 인원이 2만 4000명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약 2배 이상의 특사경이 포진됐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자칫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법계 법안소위 위원장 ⓒ의협신문
박범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 위원장 ⓒ의협신문

의료계는 현재 건보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현지조사' 경험을 토대로, 공단 특사경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법안소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공단은 현지조사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현지조사를 돕는 권한이 있다. 그런 권한을 발휘함으로써 많은 병의원이 압박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2016년에는 2건의 자살 사건도 있었다. 현지조사도 남용되고 있다는 판단인데, 특사경 법안이 발의가 되면 형사소송법상에서의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대변인은 "사무장병원을 만들어지고 나서 단속하는 것보다는 만들어지기 전에 허가하는 절차에서 걸러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협조할 의향도 있다"며 "병의원이 만들어질 때 각 지역 의사회에서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의료법인에서 이사진이나 이사장을 구성을 할 때 제대로 구성이 돼 있는지를 먼저 심의를 하고, 그 내용을 지자체에 전달해서 허가를 득하도록 하는 절차도 제안했다. 이런 방식이 사무장병원을 근절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공단이 특사경을 갖게 된다면, 수사 기간이 지금 경찰에서는 11개월인데 저희들이 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며 "그 기간만큼의 연간 한 2000억 원의 재정 손실,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부 관계자들의 '재정, 속전속결 수사' 논리는 오히려 권한 남용의 소지가 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돌아왔다.

박범계 법안소위 위원장은 "수사는 재정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부정한 이익을 환수해야 될 골든타임을 놓친다라는 것은 설득력이 있는 얘기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수사는 안 된다"며 "수사권을 줘서, 그것을 목적으로 해서 속전속결의 수사가 된다면 인권 침해 소지가 크지요. 권한 남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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