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업무 구체화 속도에 간호사도 갸웃 "의료계와 논의해야"
"전담간호사 전문성 필수, 의사 간호사 함께 교육해야"

정부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존재하던 진료지원인력, 일명 PA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회색 지대에 있던 이들의 존재를 새로 만들어진 간호법 안에 넣고, 이들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목록화해 시행규칙안에 넣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근원에는 전공의의 '사직'이 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 1만여명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음지에 있던 진료지원인력을 양성화하는 카드를 꺼낸 것.
의료계는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들 무책임한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같은 의사 직역에서도 각 과별 전문성을 부여해 시행해 왔던 부분까지 PA 간호사에게 개방해 부실 의료를 조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 시범사업 당사자인 간호사들조차도 반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전담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법리스크 부담을 간호사도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전문성이 필요한 직군임에도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대형병원 내과계 전담간호사는 "의정 사태 이후 병원들은 간호사든 의사든 그냥 공백을 메워서 병원을 운영하는 데만 급급하다"라며 "정부가 시범사업 지침에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목록화했지만 진료과, 교수 상황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일례로 정부 지침에는 사망진단서 작성, DNR 동의서 받기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나와있지만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전담간호사가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 최전방에 간호사가 그냥 서 있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수도권 대학병원 전담간호사도 "의정사태가 발생하면서 간호사가 프라이머리 콜을 받고 있다"라며 "정부는 위임된 프로토콜에 따라 간호사가 처방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환자 상태가 24시간 같은 상태일 수 없다. 약속 처방은 있지만 간호사가 판단을 내려서 처방을 바꿔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변수를 전담간호사가 채워나가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데 현실은 전문성이 없는 간호사가 등 떠밀려서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며 "전산 다루는 법만 간단하게 교육한 후 경력도 없는 간호사가 전담간호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짚었다.
이들은 진료지원인력을 활용하는 거의 모든 대학병원들이 아직 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봤다. 정부의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전담간호사는 3년의 임상 경력을 '권고' 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 그 이하 경력도 전담간호사를 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교육을 통한 전담간호사의 전문성이 시급하다는 것.
한 전담간호사는 "3년의 경력은 턱도 없는 소리다. 충분한 교육을 통한 전문성이 갖춰져야 하는 영역"이라며 "의사와 전문간호사가 개입해 교육을 해야 하고, 간호사도 임상 경험과 함께 석박사 정도의 학위를 갖고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 목록도 의료계와 보다 전향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약 20년의 경력을 가졌음에도 8개월간 전담간호사를 하다가 결국 그만뒀다는 한 간호사는 "지침에 나와있는 행위목록 중 트라키오스토미 튜브교체, PICC 삽입, t-튜브 교체 등은 의사가 지시를 하더라도 거부할 것이다"라며 "정부는 의료행위 목록화 작업 역시 의료계, 간호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업무가 어디까지고, 의사로서 고유성을 지켜야 하는 업무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