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특위 "상급종병, 전공의 의존 않고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게"
구조전환하면서도 운영 가능하게 충분한 지원...전공의 진료비중 점차 축소
중환자실·중증 수술 수가 획기적 인상...당직 대기비용도 건보 수가 지원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상급종합병원 개혁을 선언했다.
명칭부터 역할까지 확 뜯어고쳐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는데, 사실상은 전공의 빠진 대형병원의 현실을 반영해 업무를 조정하고, 진료감소에 따른 손해를 메워주려는 방편일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11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지속 가능한 진료체계 확립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상급종병 구조전환의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종합병원 이하 역량 강화를 병행해 의료서비스 전반의 질과 신뢰를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아울러 인구당 병상수가 OECD 평균 3배에 달하는 진료량 확장 경쟁 기조를 질 제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며, OECD 의료비 증가율 1위에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체질개선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의 시작은 상급종합병원이다.
의개특위는 "의료 공급·이용체계 개편은 단기 내 한 번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서 "의료체계의 중추인 상급종합병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혁신적 의료 공급·이용체계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은 ▲진료 ▲진료협력 ▲인프라 ▲인력 ▲전공의 수련 등 크게 다섯 가지로 제안됐다.
일단 진료와 관련해서는 중증·응급 및 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체계 확립하고 진료량 늘리기보다 의료 질 개선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9월 시작을 목표로 상급종병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돌입, 건강보험 수가 등을 대폭 투입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병에 중환자실 수가와 입원료·중증 수술 수가 등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응급진료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당직 등 대기비용을 건강보험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당직이 필요한 인원 등 계획을 제출하면 소요를 파악해 그 비용을 지급한다.
또 상급종병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 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중증진료 실적 등을 반영해 기관단위 인센티브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진료협력병원과 강력한 협력체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의뢰회송 수가를 인상하고, 진료협력센터 운영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해 진료협력 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병상관리 방안으로는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 즉 2027년 이전까지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정병상을 갖추도록 한다는 목표다.
다만 당장 의료계가 제한 필요성을 제기했던 대형병원 분원들은 이를 통한 조정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새로 신설된 대형병원 분원은 상급종협 기준으로는 조치가 안되는 부분"이라며 "신설되는 병원에 대한 병상 조정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의개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으나 추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력 운영방안으로는 "전공의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의 진료체계로 확 바꾸겠다"고 했다.
중증 환자 치료역량을 제고를 위해 의사, 간호사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와 진료 지원 간호사 팀 진료 등 업무를 재설계해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전공의 진료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 과제로는 수련생으로서 전공의 지위를 강화, 밀도있는 수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연속근무 시범사업(36→24~30시간)에 참여토록 하고, 추가적인 근무 시간 단축은 시범사업 결과 등을 검토해 추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의개특위는 "동네 병의원은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예방적 관리, 지역 종합병원은 중등증 이하에 대한 적시 치료, 상급종병은 중증 등 고도의 의료서비를 제공하는 혁신적 의료공급·이용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상급종병 이하 1·2차 의료기관의 역할과 비용 지원에 관한 사항은 이날 발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의료계도 요구했던 해묵은 과제이나, 정부가 그 동안 비용 등의 문제로 머뭇대며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제와 의료개혁이라고 주창하지만 내용을 보자면 결국 전공의 이탈로 진료손실을 입고 있는 상급병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의개특위 논의의 시작은 2000명 의대증원"이라고도 짚은 이 관계자는 "위원회 발족 등 시작부터 신뢰가 담보되지 않았으니 그 결과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논의하고, 전공의협의회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