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단' 여파, 병협도 퇴장 선언...'의사없는 의개특위' 현실화
내년 증원 시계는 예정대로 '똑딱', 중단 시급한데 의사 결정 누가?
비상계엄의 여파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 작업도 파행할 조짐이다.
대통령 탄핵 추진과 국무위원들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국정 동력이 떨어진데다, 의료계 유일 의개특위 참여 단체였던 대한병원협회마저 돌아서면서 향후 일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내년 의대증원 문제는 수습 불가 국면으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모집 중단이나 모집인원 축소 등 당장 결정이 시급한데, 정부여당이 탄핵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답을 구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입장문을 내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병협은 의료계 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개특위에 참여했던 단체다. 병협마저 떠나면서 '의사 없는 의개특위'가 현실화했다.
의개특위는 의대정원 증원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실손보험 개선, 의사 사법리스크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의료개혁 목표를 받들어, 그간 그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올해 안에 2차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등 의료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혀왔는데, 정부 내 혼란 상황과 병협의 퇴장 선언으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위 측은 당혹감 속에서도 애써 담담한 분위기다.
의개특위는 병협 퇴장 선언 직후 노연홍 위원장 명의 발표문을 내어 "병협의 참여 중단 입장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이므로,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개혁방안을 마련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년 의대증원 문제는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다른 개혁 과제들과 달리 이미 트랙을 타고 완주를 향해 돌아가고 있는 탓이다.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를 막아서는 결단이 시급한데, 정부여당이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답을 구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계는 계속해서 돌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당장 6일 중앙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이 잇달아 의대 수시 합격자를 발표한다. 3000여명 규모의 합격자 발표가 예고되고 있는데 이는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4610명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앞서 의학계는 내년도 의대정원 조정 방안으로 ▲수시 모집 결원 정시 이월 금지 ▲예비 합격자 정원 축소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 대학 자율권 부여 등을 제안했으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계는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잘못된 의료개혁 추진을 인정하고 내년 의대정원 모집 중지 또는 축소 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입장문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 향후 10년간 지속될 의대 교육 파탄을 막아야 한다"고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