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위기...보장성 확대 감당 못한다

건보재정 위기...보장성 확대 감당 못한다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12.23 15:2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체계 지속 가능하려면 인구·재원 감소 고려해 수요 조절해야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 [eKJM] "필수의료체계 유지로 방향 전환할 때"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는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는 "지금처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라면서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더 직접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사진=pixabay]ⓒ의협신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인구와 재원 감소라는 미래 인구 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보장성 확대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대한내과학회가 발행하는 [eKJM] 최근호에 발표한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를 위한 정책 설계'를 통해 " 2022년 GDP 대비 의료 비용 지출은 9.7%로 사상 처음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을 넘어섰고, 지난 20년간 높은 증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부양을 위한 기초적 인구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높은 의료 비용 지출과 재정 부담 인구 감소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적자 문제를 짚었다.

정재훈 교수는 "2024년 K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모수 개혁이 없을 경우 2054년경 소진되며 이를 보험료 조정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35% 내외까지 보험료율 수준을 올려야 한다. 또한 현재의 건강보험료 증가 추세와 국민 의료비의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해당 시점의 건강보험료율 또한 15% 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55년경의 부양 인구는 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전체 소득의 약 50%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어떠한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거시적 환경 변화에 맞춰 필수의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함에도 현 정부는 건강보험료 동결·지역 가입자 자동차 건보료 부과 폐지 및 재상 공제액 인상 등 재정 감소와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국립대학교병원 재정 투자 등 재원 소모 등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인력 정책 역시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교수는 "의과대학 증원으로 미래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의사 인건비의 상승을 억제하며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한다는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 인구의 감소, 의료계의 복잡한 직역, 세대 간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부작용은 이익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래의 의료 수요 증가에 전면적으로 대응한다는 관점은 그 자체로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지난 20년간 건강보험 영역으로만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매년 10% 넘게 진료비 총액이 증가하여 왔다. 이러한 시장 성장 속도는 고성장, 저부양 환경에서는 성립 가능하지만 저성장, 고부양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라고 밝힌 정재훈 교수는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더 직접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의협신문

의사 인력 계획 수립 시 인구 구조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학령기 인구는 2016년생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 15년 뒤에는 대입 인구 수가 3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게 된다. 의사 인력의 계획은 전체 인구 대비 의사의 수만큼 해당 연령 구간에서의 인력비의 관점에서도 수립되어야 한다"면서 "분모에 해당하는 학령기 인구의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의 인력이 이공계에서 유출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퇴 세대와 건강 취약계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의료계에는 시장 성장의 둔화를 의미할 수 있다"고 전망한 정재훈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미룬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무제한적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수요 자체를 조절하여 후속 세대가 지속 가능한 체계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