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통섭(統攝)과 통섭(通涉)에 관하여

을사년, 통섭(統攝)과 통섭(通涉)에 관하여

  • 서종호 한국의사시인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5.02.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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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호 한국의사시인회장(부천시민의원)
서종호 한국의사시인회장(부천시민의원)

을사년(乙蛇年)의 날이 밝았다.

세상이 온통 뜨겁다. 그리고 혼란과 충격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정치사회적으로는 이른바 통섭(統攝·Consilience)이라는 말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시문학(詩文學)에 의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할 수 있는 시점이다.

얼마전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유행시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통섭(統攝)의 개념은 사회생물학이 인간의 사회를 설명하고 과학과 인문학을 통합하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혹자는 의학과 문학, 둘의 통섭(統攝)은 불가능하고 그 효용성도 의문이 크다 했다. 그러므로 시를 쓰는 의사들은 의학과 인문학이 횡의 관계로 소통하려는 개념, 즉 통섭(通涉)의 마음으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국의사시인회의 창립 취지와 닿아 있다.

한국의사시인회(KPPA)는 올해 창립 13년째를 맞는다. 

2012년 6월, 한국의사시인회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돌이켜보면 의사시인회의 결성은 의학과 문학(詩) 사이에 놓여있는 구별을 헐어내고 서로 사귀고 오가는 통섭(通涉)의 마음으로 의사시인들의 시적 소양과 능력을 증진시키고 분과 학문의 벽을 넘어 함께 교감을 갖으려는 취지였다.

이미 의사시인들은 개인적으로 각각의 시단에서 뜻깊은 활동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총 12권의 한국의사시인회 공동시집 발간과 시회 및 강연회 등을 통해 의학과 시문학의 융합(融合)에 대한 서로의 지혜를 모아왔다.

생각해 보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관점에서 의학과 시는 많이 닮아 있다. 나 자신도 오랜 경추증에 의한 고통과 최근엔 심근경색증을 앓고 심한 우울감을 겪으며 힘들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낼 때, 나를 지탱하고 견디게 해준 것은 바로 시(詩)였다.

앤 헌세이커 호킨스(Anne Hunsaker Hawkins)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교수(인문학)는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쓰는 행위는 환자와 모두의 회복과 치유를 촉진한다"고 했고, 아서 프랭크(Arthur W. Frank) 캐나다 캘거리대학 교수(사회학)는 "질병은 이야기로 서사화돼야 한다"고 질병을 삶의 이야기의 일부로 해석했다(유형준, '글 짓는 의사들' 중).

김연종 시인은 "나의 시는 문학과 의학의 접점에서 동네의사로, 변방의 시인으로 진료실에서 탄생한다"고 문학과 의학의 연리지를 얘기했다(김연종,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이렇게 의학과 시는 몸과 마음의 고통과 사회생물학적 문제를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의미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고 이 둘의 접점은 우리 삶을 더 깊게 볼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자 석영중 고려대 교수는 저서 <눈, 뇌, 문학>을 통해 "눈은 생물학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시적(詩的) 본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의학을 성찰했듯, 우리는 이제 의학과 시문학이 하나로 소통하는 합생(合生·concrescence)의 의미인 통섭(通涉)의 철학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

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치유의 신'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을사년, 푸른의 상징처럼 우리는 의학과 인문학적인 위로와 치유의 개념을 상상해 보고 시인(詩人)과도 같은 냉철한 통찰력과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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