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2차관 "추계위 우선이 원칙, 의대 자율은 플랜B"
김미애 복지위 국힘 간사 "4월 말 추계위 심의 물리적으로 불가능"
의협 "정원 논의 전, 당면한 교육 정상화 방안이 먼저"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구성 법안이 2월 안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당면 과제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실제로 누가 하게 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각 대학 자율에 맡기려 한다는 전망도 제기, 의대생 유치에 혈안인 대학이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의대생 증원 버티기'에 들어갈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9일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구성 법안 6건을 심사한 결과 '계속심사'를 하되 2월 내 통과를 목표로 수일 내 원포인트 심사를 다시 진행키로 정했다.
가장 관심이 컸던 부분은 '2026학년도 의대정원 조정 근거' 특례 부분.
법안소위에 올라온 정부 수정 대안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2026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결정하여 교육부장관에 의견을 제시, 교육부장관은 이를 존중하여 결정한다'는 특례를 담았다.
우려 목소리는 뒤에 붙은 단서에서 거세게 나왔다. '위 과정이 어려운 경우, 각 대학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2026년 의대 모집인원을 2025년 4월 30일까지 변경 가능'이라는 조항이 추가된 것.
정부 대안이 법안소위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알려지면서, 정부가 애초에 2026학년도 정원을 '의료인력수급추계위'가 아닌 각 의대 자율에 맡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파장이 커지자 심사 직전 보도자료를 내고 "2026년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의료인력수급추계위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역시 법안심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학 자율 조정 부분은)플랜 B다. 수급 추계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2026년 의대 정원을)논의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안 됐을 때'를 가정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실제 여당과 복지부가 '기한이 촉박하기 때문에 대학 자율 조정 특례 추가가 불가피 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계위가 아닌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은 법안소위 심사 이후 2026년 의대 증원 규모를 자율로 하는 부칙이 포함된 데 대해 "지금도 급하지 않나. 사실 이걸(추계위 법안 시행을)해도 4월 말까지 정하는 게 수급추계위 구성부터해서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냐"며 "현실적으로 2026년 정원은 수급 추계에 위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도 부칙으로 담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 역시 '만약'을 설정한 단서 조항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추계위 결정이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기한에 있어 교육부는 2월 말을 얘기했었고, 보건복지부는 4월 말을 얘기하기도 했다"면서 "안 됐을 때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해석의 여지만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대학자율로 의대 정원을 결정할 경우, 한국의 의료시스템이나 의학교육여건을 고려하기 보다는 대학이 의대생을 많이 확보하는 데 더 주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안소위에서도 이러한 우려로 인해 각 의대 모집인원을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심사 결과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총장이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의대 학장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의대 학장의 의견을 반영한다' 등의 문구를 포함키로 했다.
의협은 기존 정부안보단 의대 학장 의견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의대 정원 조정보다 우선돼야할 것은 의대 교육의 질 담보임을 강조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학교마다 총장과 의대 학장의 의견이 첨예한 대학이 꽤 있다. 그런 곳일수록 의학 교육에 문제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협의나 결정이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2026학년도 정원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대생 단체 휴학에 따라, 학번이 겹쳐서 교육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당장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걸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건 지 교육부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그게 어느 정도 되는 지를 봐야 2026년 정원도 대학 본부가 됐든 의대 학장님이 됐든 얘기를 할 텐데 그것을 빼놓고 2026년 정원만 따로 얘기하기가 학교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 초 법안소위를 열고, 추계위 구성 법안을 원포인트 심사할 전망이다. 정부는 공급자·소비자 각 단체의 입장을 감안해 수정안을 마련해오면, 이를 두고 다시 논의를 하기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