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이럴 줄 알았으면 회장 안 했지"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이럴 줄 알았으면 회장 안 했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5.03.20 17:3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공의 멘토-멘티 사업 첫 시작은 인천 "전공의에 전력"
"예상치 못한 1년, 전공의에 기댈 언덕 돼주고 싶었다"
"의사회장이 누군지 몰라도 되게끔 하는 회장이 목표"

[릴레이 인터뷰] 첫 돌 맞은 시도의사회장단, 전국은 지금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갈등을 겪고 있고 지역 의료계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을 직접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려고 한다.

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②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③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④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
⑤ 이승희 제주도의사회장
⑥ 정경호 전라북도의사회장
⑦ 양승덕 충청북도의사회장
⑧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⑨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

박철원 인천광역시의사회장 ⓒ의협신문
박철원 인천광역시의사회장 ⓒ의협신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의료사태' 1년. 박철원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평소 생각해 온 회무를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현안에 밀려 회장이 되기 전 계획했던 회무를 충분히 해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 "이럴 줄 알았으면 회장 안 했을 거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타까운 1년. 회무에 집중했어야 할 에너지는 '후배 사랑'에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전공의 멘토·멘티·매칭 프로그램(MMMP 사업)이다. 정부가 사직을 제한하면서,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배들이 멘토로서 멘티인 전공의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천시의사회는 전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MMMP 사업을 시작했다.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진심에서 출발한 거다. 인천시의사회의 선한 물결은 전국으로 확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전국 시·도의사회에서 시행됐다.

경제적 지원 외 전공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러닝, 볼링대회, 산행 등 소통의 기회를 가능한 한 자주 만들었다. "후배들에게 누군가는 본인들을 봐주고 있다.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주요 회무는 틈틈이 이어왔다. 지역사회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 의료정책 토론회를 개최, 지역 의사회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방문진료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내년 인천시의사회 80주년을 맞아, 그간의 발자취를 모으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회원들에는 "의사회장이 누군지 모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정상적인 의료환경만 마련된다면, 회원들이 굳이 의사회장이 누군지 알 필요성을 못 느낄 거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의협에는 '충분한 컨센서스'와 '소통'을 각각 주문했다. 의사 후배들에게는 "미안하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갖게 된 의료정책에 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의사회 회무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의 회무를 평가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1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회장 안 했을 거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했었다. 다른 의사회장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기존에 생각했던 회무를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방향성이 현안에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축소하고, 빼면서 나머지 여력을 전공의들에 쏟았다.

인천시의사회는 전국시도의사회 중 가장 처음으로 전공의 멘토-멘티 사업을 진행했다. 꽤 많은 전공의에게 개원의 선배들이 매칭, 전체 전공의 600명 중 25%인 150명 정도가 지원을 받았다.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전공의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진행했다. 전공의들과 선배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호수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볼링대회, 산행 등을 하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후배들에게 '누군가는 본인들을 봐주고 있다,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인천시 회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간을 활용해 동호회나 인문학 강좌 등도 일부 진행했다. 전공의들을 위한 초음파 교육센터도 만들었다. 초음파 기계를 들여놓고, 전공의 2∼3명씩 짝지어서 초음파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초음파 학술대회도 계획 중이다.

이외 중점적으로 진행했던 것이 '정책 토론회'였다. 공약에도 있었던 내용이다. 지역사회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잡았고, 지역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의료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서 지역의사회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방문진료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이에 관한 연구도 시작했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작년 8월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달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인천광역시의사회는 작년 8월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달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Q. 올해 의사회의 주요 회무 계획과 실행 방안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전공의 사태나 대한민국 정치 상태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본다. 하지만 공약에서 해내겠다고 한 부분은, 약속은 지켜내고 싶다. 회원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될 수 있으면 많이 제공하고 싶다.

인천시의사회가 1946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년에 80주년을 맞는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역사 기록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1년간 자료를 모았고, 내년이면 대부분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서를 책으로 편찬할지 여부는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100주년 때 편찬할 수 있도록 80년을 정리해둔다는 데 의의를 두려는 생각도 있다.

Q. 의협 새 집행부 출범 후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직전 집행부와 이번 집행부 모두에 아쉬운 점이 있다. '소통'부분이다. 정보 공유나 사전 조율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좀 더 유기적인 관계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지역마다 지역의 특색이 있어, 회무 역시 지역마다 독특함이 있다. 이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아우르는 역할을 의협이 해줬으면 좋겠다.

의협이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도 회장단을 좀 더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회원들에게 확실한 아젠다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의정 사태나 간호법 등 많은 사안에 대한 경중을 따지고, 어떤 순서와 중요도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하겠다는 걸 다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과정에서 이런 걸 손해 봤지만, 반대급부로 이런 부분은 주장했다는 걸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결단을 하고, 계획을 세워서 국민을 설득하건 의사를 설득하건 정부도 안 했을 내놓기를 바란다.

Q.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계획하는 개혁의 당사자는 국민과 의료계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에서 아무리 좋은 마스터플랜이 있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국민, 의료계,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 모두와 충분한 논의,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2000명 증원 결정에서 의견 수렴의 과정이 너무 없었다. 의대 증원은 실질적으로 의정협의체에서 논의를 잘 해오던 사안이었다. 어느 날 협의체를 없애버리고. 2000명을 갑자기 발표했다. 대한민국 의료는 백년지대계다. 과정이 아무리 지난해도 오랜 기간 컨센서스를 거쳐야 한다. 그게 없어서 이렇게 망가뜨렸다. 내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고집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 장기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함께 협조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Q.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상태를 만든 것은 일정 부분 우리 선배들 탓이다. 후배들 처지에서는 이제 막 의사가 됐는데 이런 세상이 펼쳐진거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나서는 주축은 선배의사들이 해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면목이 없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행인 것은 의사들이 그동안은 전공의를 거쳐서 개원하건 병원에 있건 의료계나 의사회 회무나 의료정책을 남의 얘기라고 여기는 경향이 컸다. 이젠 젊은 의사들부터 큰 관심사가 됐다. 대한민국 젊은 의사들이 의료계의 미래에 관심이 간 것은 고무적이라고 본다. 이것이 밑바탕이 돼서 향후 젊은 세대가 의료계를 이끌어갈 때쯤 이 마음, 이 단합 변치 말고 선배들이 해오지 못한 그런 일들을 해나가길 바란다. 부조리함과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단합하면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의료계가 되길 바란다.

이 사태가 끝나고 나서 본인이 속한 지역의사회에서 무슨 일 하는지 한 번 들여다봐 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지역 회장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다. 의료계에 관심을 끊지 말고, 어떤 형태로건 앞으로도 의료계를 위한 일 해줬으면 좋겠다.

Q.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의사회 일을 하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의사회장이 누군지 모르도록 하는 거다. 사실 바람직한 상태라면 의사회장이 뭘 하는지도, 누군지도 알 이유가 없다. 회원들이 가렵기 전에, 회무 필요성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한다. 의사협회도 그렇지만 지역의사회 역시, 회원들의 단합이 최우선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의심이 모인다고 하면 어느 정권도 의사를 쉽게 보지 못할 거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금은 당신의 회무가 곧 본인의 회무인, 당신의 관심이 대한민국 의료계를 옳은 길로 가게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