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어설픈 설계도로 왜곡 그만…의료계 의견 경청하라"
병원장협의회 "의료계와 협의해 보다 깊이 숙고 했어야"
의료계의 불참에도 정부가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 계획인데 이를 접한 의료계는 정부가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더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마치 당장 개혁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해결 불가능하고 막대한 예산 투여와 첨예한 이해관계가 뒤섞인 어젠다를 열거해 모든 의료개혁이 당장 완성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열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의결, 발표했다. 비급여 관리 방안, 실손보험 개혁, 1차의료 기능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협은 지난해 4월부터 의개특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현 정부는 이미 정통성과 추진력을 잃었다"라며 "그 책임으로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인데도 정부는 꾸역꾸역 의료개혁특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의료개혁을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정상적인 정부가 바로 섰을 때 제대로 된 의료개혁 과제를 같이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런데도 기어이 2차 의료개혁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보다 함께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개혁이라는 것은 큰 진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에 직접 대상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주는 게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불안감 속에 신속히 추진하려는 정부 의도는 국민을 기만하고 의료계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며 "이번 발표는 공급 측면에 개혁안만 담겨있어 특위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어설픈 설계도로 더 이상 우리나라 의료를 왜곡시키지 말고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며 당장의 시급한 의료현장의 문제부터 의정 협의로 해결해 나가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전국 병원장들의 조직인 대한병원장협의회도 의료계와 대화의 중요성을 짚었다.
병원장협의회는 "정부 발표는 마치 화려한 수사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의 입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였다"라며 "지방병원의 필수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의료진과 시설 부족도 있지만 이를 유지할 만한 인구수요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정부의 지속가능한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이번 방안은 실현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병원장협의회는 "정부는 발표 이전에 의료계와 협의해 보다 깊은 숙고를 했어야 한다"라며 "정책의 효율성이나 현실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합의를 얻을 때까지 실행을 미뤄야 한다. 실행 방안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국민에게 보이는 것은 실손보험 자기부담률 95% 인상이라는 문구다.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