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쓰나미에 의학교육 누더기 됐다" 

"의대정원 확대 쓰나미에 의학교육 누더기 됐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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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원,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 문제 정책 포럼
학생 전공의 "돌아가지 않는다" 분위기 팽배 "공포스러운 현실"

ⓒ의협신문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4일 대회의실에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의협신문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적어도 올해는 현실화됐다. 전국 40개 의대는 기존 모집 정원 3058명에다 1509명을 더 선발했다.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쓰나미가 덮쳐 교육 현장이 과거 열악한 시절로 퇴보하다 못해 누더기가 됐다고 한탄했다.

이영미 고려의대 교수는 24일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서 교육자로서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포럼은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를 주제로 이뤄졌다.

이영미 교수는 "최근 20년은 사람,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의학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라며 "사회와 소통을 못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그는 "환자중심 진료 역량 배양을 위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돌연 유턴하고 있다. 교수가 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강의밖에 없다"라며 "의사도 창조적 능력이 필요한데 100년전 모습으로 교육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왔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은 학생 중심이 아니라 늘어난 학생을 어떻게든 강의식으로 교육해서 의사 수만 늘리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배, 3배로 늘어난 학생들을 교육하기가 힘든 현실을 놓고 이 교수는 "쓰나미가 몰려서 무너진 것 같다. 의학교육은 지금 누더기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의대생이 환자중심 진료를 할 수 있고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의사가 되도록 하려면 학습자와 교수는 협력해서 의학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학생들이 사회나 사람에 대해서 관심 갖고 자율적으로, 탐구심을 갖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교육이 번성했었는데 거꾸로 돌아가 전쟁 후 폐허가 된 듯한 느낌"이라며 "특히 학생들은 교수를 원망하고, 믿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이 의사가 되려면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교수와 상호작용하며 의사로서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데 학교를 적으로 생각하고 기존 의사들은 책임을 다 못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등 반목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영미 교수가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영미 교수가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유임주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고대의대 해부학교실)는 기초의학 교육자 부족 현실을 짚었다. 유 이사는 "의학은 맥락 기반 교육이다.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콘텐츠를 전달해야 한다"라며 "맥락 속에서 기초의학 교육을 하려면 의사 출신이어야 한다. 기초의학교수의 20%가 5년 이내 정년퇴임 하게 돼 있다. 멸종 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휴학을 신청하고 학교를 1년 넘도록 떠나 있는 학생과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바라는 교육 방향은 어떨까.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는 학생 대표와 대화를 나눈 경험을 꺼냈다. 채 교수는 "결론적으로 학생들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라며 "학생들이 나가서  1년을 끌었기 때문에 의대정원이 여전히 사회적 화두로 남아있지 학생이 현장에서 순응하고 있었다면 정부가 원하는 데로 갔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채 교수는 더블링 된 학생을 감당할 교육하려면 올해 증원된 입학생에 대한 교육지원이 꼭 따라야 하고, 의대 졸업생이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의협을 향해서는"의사에 적대적인 정치인에게 현실을 적극 알리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장 사직 전공의는 "교육부가 더블링 된 학생 교육 방안으로 4가지를 제시했는데 24, 25학번이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실습만이라도 잘 해서 수련으로 잘 연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 학기를 쉬는 갭 피리어드(Gap Period)를 갖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의학교육은 사회 속 의사 과정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 경제학적 부분까지 6년 내내 배치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사회에 대한 내용은 단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이런 편협한 의학교육이 현재 사태를 만들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 과정 전환에 분절성이 없어야 하며 이는 전 의료계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도 짚었다.

강기범 의협 정책이사는(경희의대 휴학 의대생)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보다 자세하게 전했다. 강 이사는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정부 정책이 국립대는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전공의 빈자리는 진료지원인력으로 대체하고 있다"라며 "이는 보복성 조치라고 느껴진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실습하고 면허가 나온다고 해도 수련을 받을 때 전공의가 아니라 PA를 따라다녀야 하는 현실이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다시 들어가서 공부하더라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내부적으로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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