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사회 정총 개최…의료사태 해결방안 제시못하는 정부 비판 목소리 거세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으로 인한 교육붕괴 우려

경상북도의사회가 의대생들의 집단 제적 사태가 현실화되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또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위기를 의료계가 힘을 모아 대처할 것도 호소했다.
22일 대구 호텔라온제나에서 열린 제74차 경북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촉발한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도황 경북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이 장기화돼 이로 인한 의학교육이 붕괴될 것을 우려했다.
도황 의장은 "우리 후배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그 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현재의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우리 의사 사회의 총의를 잘 모으고 현명하게 대처해 최대한 좋은 결과를 끌어내도록 노력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하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정책도 불완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령 인구의 증가와 생산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너무나 명약관화다. 단순히 의사수만 늘려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의료비의 과도한 지출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유인책과 함께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만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의료 인력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도황 의장은 "이 밖에도 PA 문제, 다른 직역의 영역 침범, 사법리스크 문제 등 많은 현안이 산적돼 있다"면서 "의협을 중심으로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길호 경북의사회장도 대한민국이 커다란 혼란 속에 있고, 의료계 또한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서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길호 회장은 "1년 이상 이어진 의료농단 사태로 인해 우리 의료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 여파로 의료 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예로 올해 공중보건의사 배정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올해 울릉군에 배치될 공보의 인원은 3∼4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역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필수의료의 붕괴는 결국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의 복학을 두고 최근 정부와 대학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핵심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개인적 신념에 입각한 자주적 의사를 표현한 그들에게 제적·유급 처분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 제적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의협을 중심으로 가장 앞장서서 투쟁할 것"이라면서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 단결해줄 것을 요청드리며, 더 이상 외부의 논리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함께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우 의협회장 축사 서신을 통해 "1년이 넘도록 의료현장이 정상화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정부에 지속해서 2024년, 2025년학번이 겹쳐서 7500명이 교육을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2000명 증원에 가장 반대한 이유는 잘못된 방식,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해 나온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의료계는 의사의 적정 근무시간은 얼마인지, 들어가는 노동력은 얼마인지, 정확한 자료가 들어갔는지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의료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제43대 의협 집행부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명확안 입장을 밝히고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거듭 촉구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축사 서신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농단 사태가 길고 추운 겨울을 벗어나 이제는 따뜻한 봄을 맞이해야 하지만 잃어버린 1년도 모자라서 지금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이제 의료계가 돌어와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책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다. 학생들의 학습권, 그리고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응급실을 가면 제대로 진료 받을 수 있을지 고민 안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교웅 의장은 "1년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다 의사들의 잘못인가? 전공의와 학생들의 잘못 때문인가?"라면서 "우리 선배 의사들과 정치인, 공무원들이 현명하고 냉철하게 국민을 위해, 소외받고 아픈 사람을 위해 지금은 하나가 되어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열린 본회의에서는 2025년도 예산 및 사업계획을 의결했다.
또 ▲의사면허 신고 강화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의사회 경유 법제화 ▲보건소장 의사 채용 ▲의료전달체계 확립 ▲노인정액제 본인부담금 체계 개편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저지 ▲한의원의 과다한 자동보험 치료비 개선 ▲국가예방접종사업 참여를 위한 반복교육 폐지 건의 등을 의협 정기대의원총회 부의안건으로 상정키로 의결했다.
제16회 학술상은 김대근 부교수(순천향대부속 구미병원 정형외과), 자랑스런 의사상은 김문철 대표원장(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이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