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재보험 강제지정제 부당하다

시론 산재보험 강제지정제 부당하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1.19 09:0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제정환(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

새해가 밝자마자 노동부에서는 43개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산재보험 강제지정이라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입법예고하여 병원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 소식을 접하면서 6년전 산재병원 지정 해지를 한 A병원의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오늘날의 놀라운 산업발전을 이룬 이면에 산업현장에서 몸을 바쳐가면서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근로자들을 위해 수십년간 사랑의 인술을 실천해왔던 A병원에서는 국가의 제도적 개선없이 병원의 희생만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에 재정적 한계를 절감하고 산재병원 지정 해지라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6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 제기됐던 문제들이 얼마나 개선되고 해결이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산재보험에는 건강보험의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A병원의 1999년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환자의 재원일수는 10.5일이지만 산재보험환자의 재원일수는 무려 39.7일로 무려 4배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산재환자의 장기재원은 수술환자들이 주로 종합전문요양기관에 집중되는 현 의료체계에 있어 수술을 위한 대기시간이 더욱 늘어나게 되고 긴급을 요하는 응급환자들에게는 병실의 미확보로 인해 진료지연이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어진다. 따라서 수술 환자나 긴급한 환자들이 진료받을 권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며 이는 진료받을 기회의 상실은 물론 진료권의 훼손을 의미하는 것이다.

산재보험환자 진료수입이 건강보험환자 진료수입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A병원의 1999년 당시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 입원환자 1인 1일당 평균진료비 32만2601원의 비해 산재환자 평균진료비는 19만6081원으로 약60% 수준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B병원의 건강보험 입원환자 1인 1일당 평균진료비 37만5896원의 비해 산재환자는 20만2029원으로 약5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산재보험환자의 진료수입을 현실화하기 위해 6년동안 나아진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재전문 진료기관인 산재의료관리원의 산하병원이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제적으로 병원이 산재환자를 진료할수록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산재환자들이 병원으로부터 외면을 받도록 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의 일부는 건강보험을 준용하고 있으나 나머지는 별도의 기준으로 보완하여 사용하는 이원적 체계로 구분되어 있어 산재보험의 행정처리가 건강보험에 비해 복잡하여 행정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산재환자는 요양 승인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근로복지공단보다 해당 요양기관에 집중되어 건강보험환자의 관리 인력보다 2~3배의 관리인력이 더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노력이 이번 입법예고에는 보이지 않은 점은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이번 입법예고된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것 같다. 우선 이 법개정이 이루어지면 가장 많은 문제를 안게되는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방임주의(laisser-faire)로 개인의 활동에 있어서 국가가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자유에 맡겨 두어 사회의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사적 자치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이번 입법예고는 사적 자치의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종합전문요양기관(43개 병원)만 강제지정한 것은 평등권 침해 소지도 있다.

따라서 불완전한 법개정 이전에 산재보험 문제를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산재보험 수가 중 건강보험의 비급여항목에 대해서는 산재수가를 건강보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 주어야 하며, 또한 급여항목의 산재보험기준을 건강보험과 동일한 기준으로 맞추어 관리하는 등 행정관리를 단일화해야 한다. 또한 산재보험환자의 공단 미수금 적체가 건강보험 보다 1.5~2배 정도에 달하며 심지어 후유장애환자의 경우는 몇 개월씩 지연되고 있어 병원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미수금 적체가 없도록 보험재정확보방안을 사전에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산재보험환자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산재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진료권별 구분을 명확히 하고 그 판단은 의사에게 주어 무분별한 장기재원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재활관련 특화전문병원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서울소재 주요병원들의 경우 특수병상을 제외한 병상가동률이 100%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병상가동률을 감안할 때 응급수술 및 항암치료 대기인원의 적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고 법의 일부 문구만을 고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산재환자들이 종합전문요양기관에 몰리는 현상과 같은 과거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되풀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산재요양기관 강제지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근거한 법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