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방대책특위, 다기관 공동연구 결과 제시
아산병원 연구에선 급성간부전 원인 19% '한약'

논란의 단초는 대법원이 제공했다.
대법원은 3월 12일 피부염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이 청주 H한의원에서 두 달간 한약을 복용하다 간 기능 상실로 이식까지 받았으나 끝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한약을 처방한 한의사에게 2억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간기능 이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약재를 처방하는 경우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을 면밀히 관찰해 조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전원 조치와 투약 중단을 하지 않은 채 계속 독성이 우려되는 약재를 복용케함으로써 망인에게 전격성 간부전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해 치료기회를 놓치게 하고,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까지 악화됐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한약 복용으로 인한 간 독성 문제가 불거지자 한의협은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한약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한약 간독성' 문제를 연구한 의대 교수들의 논문을 "설계부터 잘못됐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했다"면서 "확인도 않고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료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한약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은 의사들의 거짓말로, 한약이 독성간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관련 보고서는 오류투성이"라는 한의협의 주장에 대해 의협 한특위(위원장 유용상)는 "한의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의협 한특위는 한의협이 "설계부터 잘못됐다"며 문제 삼은 김동준 한림의대 교수의 '독성 간손상의 진단 및 보고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해 "한의사가 지은 한약이 독성 간손상의 가장 큰 이유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면서 "당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식약청에서 논문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특위는 "이 연구에서 특기할 점은 한의대 교수들도 참여한 연구"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health.mw.go.kr)'에서도 한약이 주요한 간독성의 원인으로 제시돼 있다"고 한의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특위는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2010년 3월 간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HEPATOLOGY>에 게재한 연구논문(Emergency Adult-to-Adult Living-Donor Liver Transplantation for Acute Liver Failure in a Hepatitis B Virus Endemic Area)을 제시하며 한약과 약초의 급성 간부전 위험성을 경고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은 급성 간부전이 발병한 1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37%로 가장 높았고, 한약이나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허브(Herb)가 19%로 조사됐다며 급성 간부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유일한 태아기형 유발 물질정보센터인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는 지난 2013년 3월 SCI 등재학술지인 <Planta Medica>에 '임신부의 감초 복용 후 임신결과에 관한 연구'를 통해 "감초를 복용했던 군이 복용하지 않았던 군에 비해 사산률이 7.9배 높았다"면서 "이는 한국인 임신부의 평균사산률보다 13배 높은 것"이라고 밝혀 임신부의 감초 복용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는 당시 임산부 지원을 위해 고운맘카드를 한방 병의원으로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는 "현재로서는 한약이 의약품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되고 관리되지 않는 한 약물에 취약한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임신부 및 모유수유부들은 임신 중이거나 모유수유 중에 안전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불량한 임신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한약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특위는 "한약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여러 객관적 자료가 존재함에도 한약이 간에 안전하다는 한의협의 주장은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거짓말"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한약 복용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