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교수 "현재 일부 의대 양질의 의학교육에 부족"
네덜란드형 의대정원 책정 거버넌스 구축 제언
이필수 회장 "의사인력 수급 문제 과학적·체계적 이뤄져야"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적정 의사인력 수급 분석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섣부른 의대정원 증원은 서남의대 사례와 같이 부실의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8일 '정원 확대 이전 의과대학의 준비, 부실의대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들'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국내 의대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이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앞서 질 높은 의대교육을 위한 제언을 이어갔다.
특히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인 이종태 교수(인제의대)는 "국민은 의대정원을 요구한다지만 이는 높은 가치를 지닌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갖춘 의사 양성을 원한다"며 "현재 일부 의과대학은 양질의 의학교육을 수행하기에는 인적, 재정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학생 선발전형 자율성 부족, 사회요구를 충족하는 의학교육 전환에 어려움, 수련의 제도 개선의 필요성, 의대교육과 전공의교육의 연속성 부족, 의대 교육재정 부족 심화 등을 짚은 이종태 교수는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해서는 안된다.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거버넌스의 롤모델로 1999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의료인력계획 모형을 언급했다. 의료인력 수급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한 해당 기구는 의료전문직 대표 9명과 의대 및 수련병원 대표 6명, 의료보험단체 3명으로 구성됐다.
이 교수는 "네덜란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거버넌스를 독립적인 상설 자문기관으로 제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거버넌스 내에서는 의사인력 수급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의사 부족 또는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의대생 정원, 전공의 교육수련 등 정책에 대해 정부 권고안을 개발하는 것을 제안했다.
의료계 역시 의대정원 증원 전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해 해당 거버넌스에서 의대정원을 논의해야하는데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다양한 요인과 지표, 변수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며 "이를 위해 OECD 선진국은 별도의 기구나 조직을 만들어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한 수요조사가 과학적이 체계적이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든다"며 "지난달 12개 의학교육단체로 이뤄진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한다면 의학교육 질 저하를 우려하며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은 공공의대설립법과 지역의사제법에 대해 토론회 참석 패널들은 모두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종태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은 안된다"고 선을 그으며 "30년간 공공의대 운영 비용이 1조 5000억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보고서가 있는데 공공의대 몇명을 양성하기 위해 그 돈을 쓸 필요가 있는지 답변부터 해야한다. 40개 의 의대를 제대로 양성하면 국가가 공공의대를 만들려는 취지의 의사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의사제 역시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잘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제도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우리나라에 상황에 맞게 장단점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하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시작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의료계와 소통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