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교수 자체 설문조사서 10명 중 9명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반대"
고대의료원 "하반기 모집 안할 순 없다…TO 신청 꽤 받아"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이 오는 9월 가을턴 전공의 모집을 사실상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에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고대의료원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2월 사직 원칙을 내걸었다. 2월 사직처리된 전공의는 내년 3월 전공의 모집에 별다른 제한없이 지원할 수 있다. 다만,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진행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려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17일 고려대의료원과의 회의를 통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된 권한을 각 진료과 과장들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자체 회의에서 '진료과 과장들이 가을턴 전공의 TO 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지켜야 한다'는 대다수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비대위가 고대의료원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수 10명 중 9명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9월 신입 전공의 모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70.5%는 '전공의 모집 인원 공고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으며, 18.9%는 '전공의 모집 인원 공고는 내지만 선발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전공의 모집 인원 공고를 내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서 모집 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연차 전공의를 뽑아야하는 모집에서 상급연차 전공의 1명만을 뽑는다고 공고를 낸다던지, 모집 공고를 내더라도 뽑지 않는 사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 교수들은 기존 병원 내에서 수련받던 전공의를 지켜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기존 수련받던 전공의가 아닌 타 전공의가 뽑힐 가능성은 사실상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17일 밤까지 집계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18일에 최종 취합될 예정이다.
전공의 사태 해결을 위해 고대의료원은 교수들의 입장을 반영한 해결책 마련에 고민하는 모양새다.
고대의료원은 고대안암병원과 구로병원, 안산병원을 방문해 교수들의 의견을 들었다. 고대구로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보호를 위해 다소 격앙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고대의료원 교수들은 의료원과 논의 당시에도 전공의 일괄 사직과 사직일자 등 현안에 대해 '의료원 차원에서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전공의들을 이렇게 사직시킬 수 없다', '전공의들을 볼 면복이 없다', '전공의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의사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대의료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대의료원은 18일 오전 전체 교수 공지를 통해 각 진료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추가 신청을 알리면서도, 의견이 없다면 의료원 측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TO를 다시 일임해달라고 전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의료원 입장도 교수들이 이해하고 있다"며 "의료원 입장에서는 내년 전공의 TO 패널티, 건강보험 선지급 등 정부의 조치를 우려할 수 밖에없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상황을 더욱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안할 수는 없다"며 "이미 각 병원, 각 진료과에서 하반기 전공의 TO 신청을 꽤 많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고대의료원은 18일 스스로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사직일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2월 29일자로 사직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