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이주영 의원,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참석 눈길
안철수 의원 "긴급 협의체 구성해 가능한 긴급 처방 찾아야"
이주영 의원, 교수들에게 책임질 수 있는 '용기' 당부

전국에 있는 직역·지역 의료계 리더가 한자리에 모인 날, 의사 출신 국회의원도 대한의사협회 회관을 찾아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불어 속절없이 흘러가는 의대정원 시계를 멈추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긴급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세 가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교수 직역을 향해 용기를 내 달라고 하며, 모든 의사가 의협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제안에 리더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의료농단 저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각 직역 및 지역을 대표하는 의사 약 200명과 안철수 의원, 이주영 의원이 자리했다.

#. 안철수 의원, 대통령 권한 대행의 사과 등 세 가지 요구안 제시
안철수 의원은 올해 초 의대증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사 관계자와 대통령 고위 관계자와 만남을 비밀리에 주선한 경험을 전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제가 건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안 의원은 "특히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섬뜩한 문구는 대통령의 의료정책이 출발부터 편견과 혐오로 왜곡됐음을 말해준다"라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금 가장 잘못된 의료정책부터 바로 집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부와 여당과 야당, 의료계가 모여 긴급 협의체 구성 ▲중장기 의료개혁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재구성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과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안 의원은 "내년부터 학생들이 정상적인 의대교육을 받고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자격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수시 미등록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법 등 가능한 긴급 처방을 찾아서 합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 최고 수준 우리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면 안 된다"라며 "중장기적인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 방안,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합리적 의대증원 규모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주영 의원 "의료를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료계"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교수들에게 '용기'를 부탁했고, 의료계에는 '단결'을 바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의료계에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조금 더 어렵다"라며 "지금 의료를 막아세울 사람들은 정부이기도 하고, 보건복지부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의료계뿐"이라고 짚었다.
그는 "학생들이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교수들"이라며 "이미 무너진 사제관계, 그리고 서로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방법은 교수들이 앞서서 모범을 보여주고 용기 내서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재 정시모집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의과대학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
이주영 의원은 "법령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여야 합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때 교수들이 나서서 우리가 법적인 문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책임지겠다고 학생들 앞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을 향해서도 "학장과 교수가 그렇게 나서줬을 때 반드시 화답해야 한다"라며 "교수님을 신뢰한다, 노고에 감사하다고 화답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도의사회를 향해서는 '의협'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모든 지역, 직역 의사들이 하나가 된 목소리로, 지도자 전체가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 본다"라며 "지금 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에 요구하려면 의료계도 우리가 이런 책임을 지고, 이렇게 희생을 할 테니 정부도 화답해 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의원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끝날 무렵까지 자리를 지키며 의료계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문제만 되풀이해서 이야기할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증원이 끝나더라도 이후 어떻게 철회할 것인지, 교육권을 박탈당한 학생들이 소송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방면으로 대비해야 한다"라며 "2026년도 정원도 5월이 지나면 못한다는 이야기가 똑같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반박자료를 충분히 만들고, 정부가 어떤 식으로 받지 않았는지 근거도 분명히 남겨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교육권 보장이고 전공의는 노동법 준수를 바란다. 필수의료에 있는 의사들이 일하는 것에 대해 원가만큼 받겠다는 게 이에 대해서도 특별히 욕할 사람이 없다"라며 "교육권, 노동법에 대해 국민이 누리는 것을 똑같이 누리겠다는 관점으로 계속 반박할 수 없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1월 초에 나올 차기 의협회장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전공의와 의대생의 결단과 희생에 대한 값을 반드시 쳐주길 바란다"라며 "이것이 문제다, 저것이 문제라고 하지 말고 각 시도의사회별로, 학회별로 법안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반영하기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