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선별집중심사 '검사 다종(15종 이상)' 신규 선정에 발칵
개원가 적극 대응, 내과의사회 의견서·의협 공문 발송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밑도 끝도 없이 '검사 다종'을 선별집중심사에 넣으면서 일선 의료기관이 우려를 넘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중' 심사 나아가 급여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데 노출, 진료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평원은 매년 말, 의료기관의 진료경향 개선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을 공개한다. 올해 선별집중심사 항목은 총 16개인데 ▲뇌성나트륨이뇨 펩타이드 검사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검사 ▲일반전산화단층영상진단(2부위 이상) ▲소마트로핀(Somatropin) 주사제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Methylphenidate HCI) 경구제 ▲검사 다종 ▲수압팽창술 등 7개 항목이 새롭게 선정됐다.
이중 일선 의료기관은 '검사 다종'에 의아함을 표시하고 있다. 심평원은 "검사료 청구금액 지속 증가 및 의학적 필요성이 불분명한 검사를 일률적으로 실시하고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15종 이상 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 집중심사를 예고했다. 대상 의료기관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제외한 병원과 의원이다.
15종의 검사가 어떤 항목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단순히 의과 외래 검사 15종 이상 실시 청구명세서가 집중심사 대상이며 수가 코드도 검사 15종 이상이라고만 안내하고 있다.
일선 개원가는 굳이 '15종'이라고 제시한 것부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예시와 심사 조정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더했다.
지역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K의원 원장은 "일률적인 15종 적용은 무리가 있다"라며 "심사 조정은 고시에 근거해야 하고 규정된 고시를 바탕으로 삭감해야 하는데 15종 기준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혈구 검사(CBC)만 해도 5종이고 소변검사도 7종이 기본이다. 간, 신장 등 화학검사나 갑상선 면역검사 등까지 더하면 15종은 넘고도 남는다"라며 "환자를 두 번으로 나눠서 내원시켜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굳이 다종 검사를 집중심사하려면 데이터를 공개해 공정하고 투명한 진행이 필요하다"라며 "15종이 넘는 검사를 한 번에 하지도 못해 오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2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과의사회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 고시에는 15종 이상의 검사를 제한하거나 이를 심사 대상으로 삼는 규정이 없다"라며 "지역사회 획득 폐렴 환자의 경우 권장 검사만으로도 최소 17종 이상의 검사가 필요하다. 국민건강검진의 일반 검사 항목도 8종에서 14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15종 이상이라는 기준은 현실적인 임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기준"이라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고 환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산하 보험정책단 이름으로 검사 다종에 대한 의견서 및 질의문을 심평원에 보냈다. 보험정책단은 "가장 기본적인 혈액검사마저 15종이라는 기준으로 집중 심사하고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진료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고 선별집중심사 제도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다"라며 "혈액검사는 항목 하나하나가 고유의 코드로 돼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질환에서 발열 증상만 있어도 하는 혈액검사조차도 15종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내과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즉각 심평원과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박근태 대개협 회장은 "심평원 측에서는 5년 전부터 봐왔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를 추측도 할 수 없다"라며 "만성질환자는 충분히 많이 검사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피검사는 의사 판단하에 하는 것인데 일률적으로 15종 이상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내과계열뿐만 아니라 수술하는 외과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진료과가 피 검사를 한다"라며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왜 15종인가부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심평원과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다종 검사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선별집중심사 항목 재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31일 자로 발송했다.
의협 임원은 "특히나 의원급은 불특정 다수의 의료기관이 집중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되고, 이는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검사 숫자 때문에 환자를 두 번에 나눠서 오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로 불필요한 진료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심평원의 입장에서 검사를 무리하게 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일 텐데, 소수를 확인하기 위해 선의의 다수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재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