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참사 눈물 닦아낸 의사들 '보름의 여정'

무안참사 눈물 닦아낸 의사들 '보름의 여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5.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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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시의, 24시간 환자 곁에 "사직전공의 도움 커"
"총 1850여명 진료" 환자 소강상태지만 15일까지 유지
'경쟁은 잠시 뒤로' 의협회장 후보 5인도 발 벗고 나서

1일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 등을 위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과 한 사직 전공의. (사진=전라남도의사회) ⓒ의협신문
1일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 등을 위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과 한 사직 전공의. (사진=전라남도의사회) ⓒ의협신문

무안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유가족 등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진 이들이 있다. 의료사태 속 정부는 의사에 '환자를 떠난 이들'이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위기 속 묵묵히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준 이들은 의사들이었다.

전라남도의사회과 광주광역시의사회는 참사 발생 직후 팔을 걷고 나섰다. 의료현장에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것.

"지역사회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필요한 모든 의료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두 의사회. 이들은 10일 넘게 스스로 밝힌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전남도·광주시의사회는 1일부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전라남도와 협력해 여객기 사고 피해자 가족을 위한 진료지원에 나섰다. 의료 지원은 1일 2·3교대 체계로 24시간 이어졌다.

서울시의사회도 힘을 보탰다.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3일 무안항공에 꾸려진 전남·광주 의료지원 현장에 500명분 상당의 영양제와 생리식염수, 포도당 주사액과 알콜 스왑 등의 의료물품을 지원했다.

가장 먼저 살핀 것은 유가족. 유가족이 겪고 있는 깊은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정신건강전문의가 참여,  정신과적 상담·심리 및 약물치료 지원 제공했다.

현장에는 사고로 인한 충격과 체력저하 등으로 진료를 필요로 하는 피해자 가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1일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 등을 위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의료지원단 모습 (사진=전라남도의사회) ⓒ의협신문
1일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 등을 위한 의료지원을 펼치고 있는 의료지원단 모습 (사진=전라남도의사회) ⓒ의협신문

의료지원단 집계(9일 기준)에 따르면 환자 진료는 총1850명에 이뤄졌다. 수액 처치가 250명정도, 상급 병원 전원이 약 20명에 대해 진행됐다. 8일부로 장례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하루 300명 이상씩됐던 환자 규모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참사 추모제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환자 수요에 맞춰 현재는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로 진료 시간을 조정했다. 발길이 줄었지만, 의사회는 오는 15일까지 진료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운창 전남의사회장은 "사태 초반, 자주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대비가 좀 허술했던 점이 아쉽다. 도청과 함께 긴급 의료지원단을 꾸렸다"며 의료지원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의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거다. 유족과 희생자에 위로의 손길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짧은 지원 동기를 전했다. 

최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쉰 목소리를 냈다. 호흡기 환자가 많았던 환경과 과로가 겹친 탓으로 보였다.

실제 환자에는 독감 등 호흡기 질환자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호흡기 질환은 격리를 요하는 질병이기에 모두 전원조치를 했다"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은 유족들이 실신하는 환자, 소화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정섭 광주시의사회장은 "참사로 사망한 179명에 대한 국민적 아픔을 함께 하고자 했다. 여기엔 우리 동료 의사인 2명이 포함됐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의사 회원 모두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향후에도 의협과 지역 의사회·의료기관이 협력 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직전공의들 도움 컸다"…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현장 찾아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7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을 위한 의료지원 현장을 찾았다. ⓒ의협신문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7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피해자 가족을 위한 의료지원 현장을 찾았다. ⓒ의협신문

전남시·광주시의사회는 일제히 사직 전공의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의료대란의 열쇠라 불리는 사직전공의들은 망설임 의료지원 현장을 찾았다.

최운창 회장은 "사직전공의들이 사태 초반부터 팔을 걷어 붙이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원 의료인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7일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진료 활동에 나섰다.

박단 위원장은 참사 직후 SNS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이태원 압사.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까지. 목도했던 참사의 순간들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면서 "모든 게 허망하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추모 메세지를 전하기도 했다.

"경쟁은 잠시 뒤로" 의협 회장 후보 5인 환자 곁 지켰다

의료지원 현장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을 포함해 의협 회장에 출마했던 5명 후보자 전원이 걸음해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왼쪽 위부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 최안나 후보, (왼쪽 아래)이동욱-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의협신문
의료지원 현장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을 포함해 의협 회장에 출마했던 5명 후보자 전원이 걸음해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왼쪽 위부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 최안나 후보, (왼쪽 아래)이동욱-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의협신문

의료지원 현장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을 포함해 의협 회장에 출마했던 5명 후보자 전원이 걸음해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참사 속에서 경쟁은 '잠시 멈춤'. 대형 사고 앞에 이들은 회장 후보가 아닌 한 명의 의료인이 됐다.

최안나 후보는 1일 의료지원 현장에 합류, 2일까지 연이어 참사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진료지원 활동을 벌였다.

최 후보는 "슬픔을 가누기 힘든 대형 사고를 접하고 황망한 마음에 무안으로 왔다"면서 "희생자분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3일에는 강희경 후보와 이동욱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의사회에서 파견한 의료인력과 마찬가지로 1일 2교대 당번에 합류, 함께 조를 이뤄 진료를 진행했다.

6일째에는 결선까지 올랐던 주수호 후보가 걸음을 했다. 

주 후보는 "슬픔을 가누기 힘든 대형 사고를 접하고 황망한 마음에 늦게나마 무안으로 왔다"며 "희생자분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의료지원 활동 일주일째였던 7일에는 김택우 신임 회장(당시 후보)이 의료지원에 동참했다. 김택우 회장은 의료지원에 앞서 서울 시청에 마련된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추모하기도 했다.

김택우 회장은 "국민 한 사람으로 이번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라며 "이런 중대한 사고에 의협은 누구보다 앞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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