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안 필요' 정부 주요 업무 정하는 '12월∼1월' 황금기
의료대란 진짜 원인? 중장기 대책과 근거기반 논의의 부재

의료정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추진 시점을 파악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는 보건복지부 전 고위관료의 조언이 나왔다. 대부분의 최우선 과제가 대선 인수위원회에서 마련되고, 차년도 주요 업무가 정해지는 시기를 고려한 제안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눈길을 끌었다.
임인택 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현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은 주제발표에서 정책 추진 관련 업무 유형이 '기획·예산·법률' 분야로 나뉜다며 각 분야별 추진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기획 분야의 경우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는 정책인가'라는 점이 관건인데, 대부분 각 대선 캠프 인수위원회에서 마련된다고 전했다. 해당 위원회에 의료계가 위원·전문위원·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인수위원회에서 마련한 과제들은 향후 5년간 추진되는 정부 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자리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제언으로는 정부 스케줄에 따른 '황금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임인택 전 실장은 "정부 스케줄상 연두업무계획(차년도 주요 업무 계획)은 매년 12월 말에 작성하게 된다. 업무추진 계획은 매년 12월∼1월경 마련한다. 여기서 세부추진 계획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지금이 황금시기다. 적극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 입안시 주요하게 반영하는 사안으로는 '대통령과 장관의 지시 사항'을 1순위로 꼽았다. 국정과제 여부, 국회·감사원 등의 지적, 사회적 이슈 등 언론 지적, 관련 단체 요구 등이 뒤를 이었다.
보건복지부 예산안이 정해지는 주요 시기는 1월에서 4월. 2026년도 예산안 역시 올해 1월에서 4월 사이 정해지는데 정책을 수행하려면 예산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예산 논의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예산 심의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과 법안 발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 간사들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법이 발의되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의보다는 어떤 법을 상정·논의할 것인가를 정하는 절차가 핵심이다. 큰 축이 각 당 간사의 합의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책 기획과 예산 반영단계, 필요한 법안은 언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정부에서 거부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없다면서 "정부와 협회간의 신뢰 회복이 중요한 이유다. 의정갈등이 하루속치 회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의료정책 중장기 계획의 부재'와 '데이터와 근거가 기반한 논의의 부재'를 꼽았다.
임 전 실장은 "올해 국정과제를 보면, 필수의료·예방관리·감염병 등이 담겼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과제가 없었다"며 "전체적인 그림이 있었다면, 의대 2000명 증원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현재 상황은 기술발전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미래발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가 더 어려워 졌다. 현재 갈등을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의료대란 일련의 상황을 봤을 때,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논의가 없었음도 짚었다.
"보건의료정책이 이만큼 정치적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렸다"며 "데이터를 통해 협의와 신뢰를 가지고 논의를 해야하는데 정치화돼버리니 '고정화'된 측면이 있다.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간 논의를 다시 데이터·근거 기반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책을 실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정책 근육'이라고 하는데, 의료계 역시 '정책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 전 실장은 "최상목 대행이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던졌다. 많이 진전된 입장으로 보인다"면서 "의료계 역시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감안해 명분과 실익을 담보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상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