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는 정부"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는 정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5.03.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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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호 경북의사회장, "현 의료사태 정부가 결자해지 해야" 요구
"의협이 중심이 되어 잘못된 의료정책 바로잡는데 최선 다해주길"

[릴레이 인터뷰] 첫 돌 맞은 시도의사회장단, 전국은 지금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갈등을 겪고 있고 지역 의료계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지역의사회를 대표하는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을 직접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려고 한다.

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②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③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④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장
⑤ 이승희 제주도의사회장
⑥ 정경호 전라북도의사회장
⑦ 양승덕 충청북도의사회장
⑧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의협 집행부가 의료계의 중심으로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은 의협이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는데 중심이 되어주길 당부하면서 경북의사회도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또 "현재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된 입장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경북의사회 회무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개원가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등 모든 직역과 세대가 함께 화합하는 의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는 정부"라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의사회 회무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의 회무를 간략히 평가한다면?
2024년 4월, 경상북도의사회 제4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몇 해 전부터 간호법, 면허취소법 등 굵직한 이슈들로 인해 의료계의 긴장감은 높았고, 급기야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으로 의사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다. 거대한 난제를 앞둔 상황에서 출범했기에 경북의사회원들의 대표로서 의협과 함께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무를 시작했다.

기존의 개원가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등 모든 직역과 세대가 함께 화합하는 의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직역과 지역의 긴밀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됐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회 또한 다양한 직역과 연령대의 회원들이 회무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 사업 중 관례적 부분 대신 현재의 이슈를 반영하도록 개선하고, 각 지역별 행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회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지역 의사회와 지역 병원 간 관계 강화를 위한 권역별 학술대회를 열고 전공의 및 의대생 후원모금 행사 및 일자리 매칭, 간담회 등을 통해 젊은 의사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북 지역 현안인 인구 감소 위기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난임 극복 토크쇼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지난 10년동안 매년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를 통해 국제간 소통과 연대도 이어 나갔다.

경상북도의사회 제46대 집행부의 임기는 3년이다. '존경과 신뢰로 어제보다 더 행복한 경상북도의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중요시했던 '소통'의 뼈대를 세우는 노력의 첫 해가 이제 막 지났다. 남은 2년은 회원들의 목소리가 충실한 열매로 맺어지도록 집행부가 한마음으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나아갈 것이다.

Q. 올해 의사회의 주요 회무 계획과 실행 방안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의료 대란이 벌어진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여전히 의료 현장과 교육은 대혼란 상태에 빠져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간호법 시행령, 실손보험 문제 등도 다가올 중요한 현안들이다. 새롭게 구성된 의협 집행부와 함께 전력을 다하는 한 해가 될 듯 하다.

오는 2026년 2월 24일이면 경상북도의사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2025년 올 한 해는 경북의사회의 긴 역사를 되돌아보고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 경북의학제, 경상북도 의사의 날,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와의 친선행사 등 전통있는 행사들이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알차게 잘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또 소통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회원과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시군지역의사회의 동호회, 봉사활동 등에 지원을 확대하고, 경북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파악해 나가겠다.

물론 1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 대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천금보다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

숲이 불타 사라지는 데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다시 나무가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기까지는 수십 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현 의료 대란이 장기화될수록 의료 시스템은 심각하게 붕괴될 것이고, 회복하는 데는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그 무엇보다 의료 대란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

Q. 의협 새 집행부 출범 후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한의사협회 제43대 집행부는 의료계가 처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회원들의 간절한 기대와 바람을 안고 선출된 집행부이다. 회칙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의사회의 존재 목적은 '사회복지의 증진과 국민 건강 증진 및 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의도의 앙양, 의학·의술의 발전 및 보급', 그리고 '의권과 회원 권익 옹호,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도모'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존재 목적을 지키는 것이 곧 대한의사협회의 발전이자, 의료계 전체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의협 집행부가 의료계의 중심으로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회원들의 직역적, 세대적, 지역적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도출된 결론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잃지 않고 힘차게 밀고 나가주길 바란다. 시군구의사회의 신뢰가 시도의사회를 있게 하듯 경상북도의사회 역시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적극 협조하겠다.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Q.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현 사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현재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된 입장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계 내에서 여러 창구를 통해 각기 다른 의견이 나올수록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많은 의견이 제시될수록 방향성을 잃고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경북의사회는 의협의 결정에 따를 것이며, 이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하나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

Q.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이다. 현재의 의정 갈등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의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의료 시스템의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계는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을 지속할 여유가 없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을 지킬 수 있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Q. 전공의 등 후배들이 사직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북의사회는 지난 한 해 동안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촛불 점등 퍼포먼스, 대구·경북 대한민국 의료사망 선고 촛불집회, 전국의사 대표자대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의료계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전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회원-전공의 매칭사업, 특별 후원기금을 통한 경북도내 전공의와 의대생 후원, 최근에는 사직 전공의의 군입대 지원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후배이자 우리들의 자식과도 다름없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이렇게 허망하게 흘려보내야 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의정 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피로감 역시 상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의협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무조건적인 강경일변도의 주장은 위험하기에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일반 국민이 느끼는 불편감과 두려움도 고려해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이 필요할 것이며,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철회, 간호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등 여러 의료현안들을 함께 풀어가야만 의정 갈등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경북의사회는 후배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며, 후배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북의사회가 지난 80여 년간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회원들의 지지와 참여 덕분이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사회의 근본적인 힘은 바로 회원들의 단결이다. 그동안 보여준 도움과 지원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의사회와 함께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드린다.

나를 비롯한 제46대 집행부는 앞장서서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 여정에 함께해 주고, 지속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여러분의 참여와 협력이야말로 우리 의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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