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법' 슬쩍 뺀 의개특위, 이름만 바꿔 법제화 추진

'사과법' 슬쩍 뺀 의개특위, 이름만 바꿔 법제화 추진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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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전문위원회, '환자 소통법' 검토..."소송건수·소송비용 감소"
의료인 유감표명·사건조사 약속...오류 확인 땐 보상·재발방지 등 골자
영미권, 환자소통법-사과법 '패키지'...유감 표명-의료인 면책 함께 규정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료사고 분쟁시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8월 중 발표될 의개특위 첫 개혁과제에 담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사과법(Apology law)' 대신 '환자 소통법(disclosure law)'을 주요 예시로 들었는데,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진의 유감과 사과 표현, 의료오류 확인시 사과와 피해보상, 사건 재발방지 약속 등이 그 내용이다. 

의개특위는 8일 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전문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의료사고 초기부터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소통해 사고의 원인과 실체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자-의료진 소통 법제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캐나다 등 주요국의 '환자 소통법' 도입 사례와 효과 등을 검토하고, 사고 초기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의료사고 소송 건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법제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pixabay)
(pixabay)

지난달 의개특위가 테이블에 올렸던 '사과법' 관련 내용은 이날 회의결과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앞서 의개특위가 사과법 도입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었다. 국내 의료 및 사법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진의 사과를 강제화하면 의사-환자간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얘기였다.

그 자리를 대신 한 것이 '환자 소통법'이다. 명칭이 상대적으로 '덜' 노골적이지만, 역으로 제도의 취지는 더욱 명확해졌다. 인용된 외국 사례를 뜯어봤을 때다. 

환자 소통법?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의료인 '사과표현 먼저' 

의개특위는 이날 미시간대학 의료원의 '환자 소통하기' 프로그램을 환자소통법 도입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격으로 인용했다. 

해당 프로그램 도입 후 월 평균 소송건수가 2.13건에서 0.75건으로 64%, 소송관련 비용이 평균 16만 7000달러에서 8만 1000달러로 57%로 각각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의료계 내에서도 고찰이 있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이상일 교수팀은 지난 2017년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해당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등 영미권 국가들에서 행해지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프로그램은 환자안전사고 즉,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환자·보호자간 의사소통 문제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 등에 자발적으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과 유감을 전하며 사건 조사를 약속하고 ▲사건의 원인이 의료오류임이 밝혀지면 사과하며 ▲오류로 인해 환자가 입은 위해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비슷한 유형의 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약속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에 속한다. 

의개특위가 인용한 미시간대학 의료원의 사례도 이런 프로세스를 따른 것이다.

미국 대표적인 인증기관인 조인트 커미션에서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환자안전 소통하기를 강제하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8일 의료사고안전망 <span class='searchWord'>전문위원회</span>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 하는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
8일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 하는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

사라진 '사과법', 알고보면 소송 때 의료인 지키는 '보호장치'

환자 소통법과 사과법은 일종의 '패키지'다. 

통상 알려진바와 달리 '사과법'은 의료진에 사과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아니라, 사과한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의료진이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하는 과정에서 공감과 유감·사과 등의 의사표현을 한 것을, 민사적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보아 향후 재판이나 의료분쟁 조정과정에서 과실책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법률의 주요 내용. 

환자와의 소통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사과한 의료진에 대해 별도로 법적인 보호장치를 둔 셈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1986년 처음 채택돼, 현재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 해당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환자 소통법을 제정하되, 사과에 대한 의료인 면책을 규정한 사과법을 보장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노연홍 의료특위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사고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반면, 환자에게 미치는 결과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고 초기에 환자와 의료진 간 원활한 소통은 소모적 분쟁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라며, 환자-의료진 소통 법제화 방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의료사고 전문위는 이날 논의된 대책을 8월 말 의개특위에 보고하고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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