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현문우답' 남은 올해 국정감사 '숫자'로 보니?

의료사태 '현문우답' 남은 올해 국정감사 '숫자'로 보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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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누가했냐'→7500명 '어쩔건가'…의학교육 '불가' 성적
0.88㎡로 짚은 열악한 교육 환경 '경북대 귀신의집, 충북대 주차장'
의료계에 모욕감 안긴 교육부 '5년제'·자생한방병원 99% 쓸어간 첩약 사업?

국회의사당 전경 ⓒ의협신문
국회의사당 전경 ⓒ의협신문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8개월 넘게 장기화 중인 의료사태 속, 국감장에서도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원인은 '현문우답'.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현문'이 국회에서 쏟아졌지만, 국감장엔 '우답'만이 반복됐다.

현 의료대란 해결의 핵심은 전공의와 의대생. 지난 3월 대정부 7대 요구안을 발표한 뒤 꿈쩍도 하지 않는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선 정부가 최소한의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질책성 질의가 쏟아졌다.

정부 인사들은 시종일관 의료사태 책임에 대한 무거움도, 의료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 출발은 정부 책임자 문책이 돼야 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를 포함해 제한을 두지 않는 안건을 여야의정협의체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사태에 대한 책임과 해결책을 묻는 질의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공식사과와 자리를 내려놓음으로써 의료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질타에도 "제가 말씀드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2000명 "누가했나"→7500명 "어쩔건가"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6일 국회 복지위 국감에서 7500명 의학교육 가능여부를 두고,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의협신문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6일 국회 복지위 국감에서 7500명 의학교육 가능여부를 두고,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의협신문

혜성처럼 등장한 의대증원 '2000명'. 국감 전 두 차례의 '의대 증원' 청문회에선 2000이란 숫자를 두고, 책임 추궁에 힘을 쏟았다. 과학적 근거, 정책 결정 과정, 의대 증원 분배 과정 등 사태의 원인에 무게를 둔 것이다.

올해 국감에서는 2000보다는 '7500'이란 숫자에 집중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7500은 휴학을 택한 기존 1학년 3000여명과 내년에 증원될 신입생 4500명을 더한 숫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 의원들은 당장 코앞으로 닥친 부실 의학교육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것이다.

7500명 의학교육을 두고, '의사 출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답변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16일 복지위 국감에서 "2000명 증원에 찬성하는가? 내년 의대생 7500명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두 기관장들에 질의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답한 뒤 "숫자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안 해 봤다. (7500명 수업은) 내년에는 예과이기 때문에 가능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 국감에서 "본과 1·2학년 과목은 대개 강의식이기 때문에 숫자가 많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실습생이 너무 과다하게 되면 환경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우려를 함께 전했던 것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강중구 원장은 "강의만 하면 모르겠는데, 실습을 하는 경우 불가하다"고 답했다. "이론만 하면 가능하다는 말씀이냐"는 추가 질의에 다시 "그것도 힘들겠죠"라며 작년 국감에 이어 변함 없이 교육 불가 입장을 취했다.

0.88㎡는 신문지 한장 넓이만이 아니다?

질의하는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의협신문
질의하는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의협신문

"(의대) 학생당 전공 강의실 전용면적이 0.88㎡. 신문지 한장, 딱 이만큼이 됩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8일 교육부 국감에서 신문지를 펼치며 학생당 강의실 전용면역이 0.88㎡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내년 급격한 의대증원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준비 부족을 우려한 것이다.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국감일정 중 17, 18일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의학교육 현장을 시찰하는 데 사용했다.

여·야 의원들은 의대 신입생 정원을 230% 뻥튀기해 솔선수범했던 경북대학교, 의대 신입생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증원, 전국 1위 증원율을 달성한 충북대학교에 대한 '교육 불가' 성적표를 내놨다.

열악한 경북의대 교육현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카데바 실습실은 귀신이 나오는 줄알았다"고 질타, 이목을 끌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교육이 불가해보인다"는 여·야 의원들의 이구동성 질타에도 불구 "교육이 가능하다"는 외로운 입장을 고수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위 의원들의 질타 직후인 18일 개인 SNS를 통해 "실습 기자재가 부족해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라 지시하던 학교다. 7500명. 단언컨대 교육은 불가하다"며 말을 보탰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부족한 교육 공간 확보를 위해 4개 건물을 신축할 것이란 해명을 내놨는데, 완공때까지 임시 실습실을 주차장에 만들겠다고 발언해 질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신축 계획 자체를 국회 차원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신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기도 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은 25일 입장문에서 "저희가 땅바닥에서 시위를 하듯, 저희 아이들은 주차장에서 해부학 실습을 하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가 꺼내 의료사태 해결책 '6년→5년', 의료계에 모욕감 주다

<span class='searchWord'>이주호 교육부 장관</span>,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4일 국회 교육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협신문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4일 국회 교육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협신문

국감 직전이었던 지난 6일. 교육부는 의대교육 5년제 검토 계획이 포함된 발표자료를 공개했다. 원활한 의료인력 양성과 수급을 위한다는 것이 목적. '5년제'를 의료사태 해결책이라며 들고 나온 것이다. 

해당 발언은 악화일로를 걷던 의료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의료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교육부 의학교육에 몰이해가 드러났다', '수의대보다 짧은 의대 교육'이라며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돌연 그런 발표를 한 적이 없다며 발뺌을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KAMC)이라고 의대 학장 모임이 있는데 이곳과 논의를 했다"는 거짓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KAMC는 당일 입장문을 내어 "학생들이 학칙에 따라 제출한 휴학계 승인 필요성을 교육부에 전달하기 위해 소통한 사실은 있으나, 의대 5년제 교육 방안이 논의 주제로 상정된 적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국감장에 등판한 '사직 전공의'는 교육부의 해당 정책에 "모욕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8일 복지위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교육부장관의 배임해위라고 생각한다. 의료계와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여지껏 버텨 오다가 의료계와 교육계, 나아가 이공계 미래까지 작살을 내놓고 이제 와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의대 5년제라는 게 굉장히 개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치대·약대·수의대도 6년인데, 의사를 양성하는 데 5년 만에 교육을 하겠다는 게 사실 굉장히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다. 의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 아닌가…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생한방병원이 쓸어간 첩약급여 혜택 '99%' ?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약침 사업에서의 특혜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자료=강선우 의원 발표]ⓒ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약침 사업에서의 특혜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자료=강선우 의원 발표]ⓒ의협신문

의대증원와 함께 조명을 받은 또 다른 이슈. '자생한방병원 특혜'였다.

자생한방병원은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 비서관의 장인인 신준식 이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자동차보험 기준 마련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7일 복지위 국감에서 자생한방병원이 유일하게 처방하는 '청파전'이 지난 3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에 추가 포함됐음을 집중 조명했다.

대한한방병원협회가 '하르파고피툼근(천수근)' 등 5개 한약재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는데, 해당 협회는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재단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협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선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하르파고피틈군을 청구한 병원의 99.6%가 자생 계열 한방병원과 한의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1곳에서 '천수근'으로 7355건을 청구한 것이다. 자생 계열 병원에서 지급된 한약재 비용은 총 3억 7770만 원으로 전체 금액 3억 7899만 원의 99.7%를 차지했다.

16일 국감에서는 자동차보험에서의 혜택 제공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심사평가원은 최근 6곳의 인증원 탕전실에서 만든 무균·멸균 약침액만 수가로 인정키로 했다. 문제는 인증 원외탕전실 등록 후 약침을 청구한 의료기관 중 자생한방병원이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해당 결정이 이뤄진 5월 14일 회의에는 신준식 이사장의 사위인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원장이 한방병원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우 의원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곳마다 자생 한방병원 관련자들이 다 껴 있다. 자생한방병원과 대통령실이 서로 얽혀 경제공동체로 보일 지경"이라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성·형평성 모두 만족시키는 가이드라인을 심평원이 제정을 해야 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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