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의사회 신년담화문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한다"
"전공의 복귀 협상은 물 건너갔다…복지부 장·차관부터 경질해야"
"최우선 순위는 의료계를 정상화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올바른 의료개혁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신년 담화문을 내고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는 모습을 기대한다"라며 의료 정상화를 요청했다. 이제는 의대증원과 전공의 복귀, 의료개혁 문제를 따로 놓고 살펴야 한다는 해법도 내놨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우리는 파멸한 의료시스템은 외면하면서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안위와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려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행태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라며 "지금은 망해가는 나라 곳간에서 수조원을 빼내 본인들의 이권이 달린 숙원사업을 할 때가 아니라 서둘러 망가진 의료를 정상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라는 어용단체를 통해 나라돈을 헐어서 상급병원 구조조정과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장을 전혀 모르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를 위한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설, 장비를 투입해야 한다. 경증환자의 분산을 위한 의료인프라 역시 확충되어야 함에도 아무런 준비와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더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단지 경증환자가 상급병원을 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구조조정인 것"이라며 "전문의 중심병원 또한 간호사 중심병원의 다른 이름이며 허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중단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망가져가는 의료계를 소생시킬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의대증원과 전공의 복귀, 의료개혁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증원이 의료개혁이고 이를 반대하는 젊은의사를 반개혁세력처럼 매도하고 악마화해 왔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협상으로 일괄타결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장으로 돌아오기 바라겠지만 그런 협상의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라며 "이제는 어떠한 협상으로도 전공의와 의대생을 현장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처럼 잘못된 정책이 무책임하게 반복되지 않도록 확고한 수급관리대책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며 "젊은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여 편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고 하는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미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복귀는 불가능하고,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패러다임과 수련시스템 개혁을 통해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의료개혁은 국민은 물론 의료계도 원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의대증원, 의료민영화는 의료개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의료개혁의 주체는 의료계다"라며 "진정한 의료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어떤 의료계를 만들어갈지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다듬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의료대란을 야기한 정책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즉각 경질해야 한다"라며 "잘못된 정책시행으로 혼란과 피해를 입은 의료계와 국민에 머리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방안과 대책을 즉각 마련하여야 한다"라며 "전공의가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마음대로 의료농단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입법과 관리통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더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국민이 바라는 것도, 의료계가 바라는 것도 비상진료체계가 아니라 정상진료체계"라며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유지되고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가 역시 정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응급의료는 축소 소멸의 길로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아직도 열린 마음으로 의료계가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하지만 지금껏 닫혀 있었던 것은 정부이며, 신의를 저버린 것 또한 정부"라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못한다면 올해도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젊은 의사의 선도적 투쟁과 희생을 적극 지지하고 끝까지 올바른 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