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례브리핑에서 "누구보다 많은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최악 상황 대비 법률 검토 동시에 "제적 압박은 부당" 비판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을 향한 정부와 대학의 압박에 대한의사협회가 "학생은 독립적 판단을 내리는 주체로서 어떤 결정이든 존중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상도를 중심으로 '산불'이라는 재난이 발생한 만큼 집단 제적이라는 재난까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의협은 누구보다 많은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라며 "학생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지성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 이끌겠다는 것은 학생이 성인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집단 제적이라는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법무팀, 법제이사를 통해 법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학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휴학계를 냈는데 학교가 승인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학교의 제적 압박은 합당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에는 복귀 마감 시한을 유연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산불이라는 국가적 재난이 닥쳤기 때문이다. 의협도 긴급재난의료지원단을 구성해 다음주부터 화재 현장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일주일 이상 산불이 이어지면서 일부 지자체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있다. 해당 지역에 들어가는 의대도 여럿 있다"라며 "제적으로 학생을 몰아붙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짚었다.
그는 "학장도 총장도 최대한 학생 의견을 듣고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라며 "현재의 국가재난사태에 학생들의 재난적 상황까지 더해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정리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고민할 수 있게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서는 학생과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전날 한덕수 권한대행은 '의대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혀 멈춰 선 학생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먼저 세상을 산 어른으로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로 소통과 신뢰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안타깝게 느껴진다. 정부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의 제언을 받아들였고 앞으로도 약속을 굳게 지켜나가겠다"라며 "학생이 학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면 공멸의 길만 남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 의정 갈등 상황에서 '소극적'이라는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지켜봐 달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대변인은 "누구보다 많은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책임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책임 있는 단체나 개인이 발언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라며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또 "의협은 다양한 직역, 지역, 연령대로 구성된 의사 연합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모아 투쟁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라며 "투쟁을 나서서 공멸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을 정부도, 국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입장을 듣고 있다. 이들 입장이 모여서 앞으로 움직임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